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허위 회계자료로 변경면허를 발급받았다며 수사를 의뢰한다고 28일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스타항공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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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쟁점은 2021년 11월 이스타항공이 대표자 변경과 운항 재개를 위한 변경면허를 발급받을 당시 제출한 회계자료다. 이때 이스타항공이 제출한 회계감사 보고서에서 자본금(700억원), 자본잉여금(3751억원) 등은 2021년 11월 말 기준으로 작성됐으나 결손금(1993억원)은 2020년 5월 기준으로 기재됐다. 이 자료대로면 이스타항공은 자본 잠식 우려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할 수 있다.
변경면허 심사 과정에서 국토부는 각 항목별 기준일 차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수차례 항목별 기준일을 명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이스타항공이 같은 자료를 보내는 바람에 항목별 기준일이 모두 같다고 생각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올 5월 이스타항공은 2021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회사가 그해 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고 공시했다. 반년 전 제출했던 자료와 비교하면 자본잉여금(3751억원)이 소폭 늘긴 했지만 결손금(4851억원)이 두 배 넘게 커졌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자본잠식률이 157.4%에 이른다. ‘완전 자본잠식’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 더해 국토부는 이스타항공 회생절차 모니터링 과정에서 2021년 2월 기준 회계자료를 뒤늦게 제출받았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성정이 허위 회계자료 제출에 관여했다고도 의심한다. 원 장관은 “인수계약에 맞춰서 회계장부를 맞춘 게 아닌가라는 판단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과 회생 절차에 개입했던 외부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올해 이스타항공에 입사했다는 것도 국토부가 고의적 조작을 의심하는 이유다.
이런 의혹에 이스타항공 측은 회계 서버가 폐쇄돼 2020년 5월 기준 자료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국토부는 2021년 2월 기준 회계자료가 존재했다는 걸 근거를 이런 해명을 불신하고 있다. 이때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스타항공은 운항 면허를 취소당할 수 있다. 항공사업법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받거나 등록한 경우”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회계 조작 의혹에 운항 재개를 위해 필요한 항공운항증명(AOC) 심사도 멈춰선 상태다.
이번 수사 의뢰가 이스타항공 직전 사주였던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의혹에 원 장관은 “항공사업 면허라는 것은 항공안전과 고객의 편의·이익을 생각했을 때 매우 엄격하게 법 규정이 지켜져야 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을 전면으로 위배했기 때문에 도저히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에 고뇌에 찬 결정을 한 것이라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가 부실하게 회계 자료를 검토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국토부 직원들도 참고인으로 다 조사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스타항공 임직원은 전날 ‘국토부 장관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모든 과정에 부끄러운 술수나 특혜는 없었고 특별한 노력만이 있었다”며 “이스타항공이 다시 멈춰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재운항을 통해 고객과 협력사에 보답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