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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벤처붐’ 밀자더니…복수의결권·실리콘밸리 복합금융 ‘차일피일’
2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은 지난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통과가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후 1년 가까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복수의결권은 창업주나 최고경영자(CEO)가 가진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복수의결권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받은 창업주가 경영권 희석 우려 없이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학계 일각에서 복수의결권 제도가 ‘재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국회는 올 초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 수렴하고 보완책까지 논의했지만, 일부 의원 반대에 부딪혀 결국 다음 달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벤처·스타트업 자금조달을 다각화하는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 도입 논의도 멈춰 섰다.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은 투자와 융자를 결합해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 창업기업이나 투자로 인한 지분 희석을 우려하는 기업이 자금을 보다 쉽게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벤처기업 인재 유입을 위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제도 개선 법안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확대하고, 행사 시 비과세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벤처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이 같은 개선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각각 발의됐지만 여야 간 정쟁으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은 기업과 투자업계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해야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통과를 위해 국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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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제조 중소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법안들도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 지원법’은 지난해 8월 발의됐지만 사실상 논의가 멈춘 상태다.
탄소배출이 많은 뿌리업종 등 전통 제조업의 탄소저감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탈탄소 경영혁신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도 지난 1월 발의됐지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이 법안은 중소기업 밀집지역에서 다수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저탄소화를 추진하는 ‘혁신지구’ 지정을 포함해 기업 탄소저감에 필요한 금융·인력·기술 등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최근 글로벌 회계자문기업 KPMG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준비도는 일본이나 영국 등에 뒤진 세계 11위로 나타났다. 특히 고탄소배출 업종 사업체 중 97.9%는 중소기업으로, 체계적인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제2 벤처붐 확산을 포함해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혁신성장은 법·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 만큼은 연내 국회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