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 집중 조사…방화 가능성은 낮아"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화재현장에서 경찰,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경찰이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조사에 나선 가운데 방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1차 감식을 했고 오늘 관계기관 합동 2차 감식 후 수사 방향이 잡힐 것이다”면서도 “방화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우선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청장은 “아현지사를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과거 수원 남부서장 시절 1년에 두세 번씩 (통신구) 지하에 들어갈 당시 출입구도 2~3중인데다 모두 자물쇠로 잠금장치가 돼 있었다”며 “열쇠 관리도 담당자들만 하는 만큼 (KT 화재 현장도 누군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KT 아현지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장애에도 경찰 112 신고처리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12 신고가 들어오면 2개의 KT 유·무선망을 사용하는데 이번 화재로 유선망에 문제가 생겼다”면서도 “신고처리는 (각 경찰에게) 무전기가 있고 순찰차마다 태블릿 PC가 있어서 문제없이 작동했고 SK 모바일폰도 있어 큰 지장은 없었다. 종결 처리를 위한 PC 입력 업무만 일선서에서 못했던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 청장은 “백업 등 필요한 부분은 본청 차원에서 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경찰 조직이 방대하고 회선도 많다 보니 본청 차원에서 이번을 계기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충정로 KT 아현지사 화재현장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에 돌입했다. 이들 관계기관은 2차 감식에서 각종 장비를 투입해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 책임 소재를 따지는 정밀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전날 이뤄진 1차 감식에서는 화재현장을 눈으로 살피고 피해 상황을 파악한 결과 지하 1층 통신구 약 79m가 화재로 소실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4일 오전 11시 12분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광케이블 등을 태우고 10여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소방서 추산 80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 밖에 마포·용산·서대문 등 서울 일부 지역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IP)TV, 인터넷전화 등이 끊겨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KT 회선을 이용하는 일선 경찰서 통신망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인근 서대문·마포·용산경찰서와 일부 지구대·파출소에서 연락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KT 관계자는 “이날 오전 8시를 기준으로 인터넷 98%, 무선 통신 80%가량 복구가 완료됐다며 “완전히 복구되는 데는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용자들의 불편은 오늘 중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