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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기의 만남’으로 평가받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 중 돌연 시리아를 폭격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기시돼 온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댔지만 시기상 의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사일 도발을 이어오는 북한과 이를 감싸는 중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것이다.
中·北 보란 듯… G2 정상회담 중 공격
미군은 7일 새벽(현지시간) 지중해의 미 해군 구축함에서 시리아 정부군 산하 군용 비행장을 향해 레이시온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발사했다. 지난 5일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 당시 반군 지역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70여명이 화학무기(독가스)로 사망한 데 따른 보복이다. 당시 폭격이 이 비행장에서 시작됐다고 미군은 보고 있다. 비행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최소 4명 이상의 시리아 정부군이 사망했다고 시리아 내 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전했다.
묘한 타이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격 당시 본인의 별장인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 주석 부부와 저녁 만찬 중이었다. 세계 양대 국가(G2)가 북한의 도발과 무역 불평등 갈등, 동북아 패권을 논하는 자리였다. 마치 중국과 북한에 보란 듯한 무력시위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만찬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직접 명령했다”고 “화학무기 사용을 막는 건 미국 국가안보의 이익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북한, 이란 등 미국의 잠재 적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무력을 전 세계에 가장 효과적으로 과시하는 전시 효과도 있었다. G2 정상의 만남만으로도 전 세계 언론이 집중된 가운데 시리아 폭격을 감행하면서 세계 주요 언론은 이 소식을 실시간 속보로 전하는 것은 물론 이 폭격이 미칠 파문과 그 의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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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간 화합 무드 기대한 中 ‘당혹’
중국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중국은 ‘막말 방송·기업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트 정치인’ 출신인 시 주석에게 무례한 의전으로 망신을 줄까 내심 걱정해 왔는데 무례 정도가 아니라 무방비 상태에서 노골적인 무력시위를 마주하게 됐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에 경제적 실익을 안겨주면서 동북아 지위를 보장받으리란 전망이 유력했으나 미국의 무력시위로 이 같은 협상의 틀 자체가 무너질 위기다. 6일 저녁 만남은 화기애애했으나 긴급 기자회견 후 7일 오전 만남은 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으로 세계 언론의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도 식는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으로 미·중 정상회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고 전했다. 제대로 협상하기도 전에 미국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현실성 없을 것처럼 보였던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론도 재삼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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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둘러싼 국제 정세 급변
미·중 정상회담과는 별개로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세계정세도 급변하는 분위기다. 시리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알 아사드의 독재 정부와 반군이 인구 절반이 난민이 될 정도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정부군은 러시아와 같은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이란이 지지하고 반군은 서방과 미국이 지지하며 대립하는 대리전 양상도 띠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온적이었던 미국이 러시아와의 대립을 불사하고 직접 폭격을 가하면서 이곳 판도는 급변할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서방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은 미국의 공습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란은 위험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도 러시아를 의식해 이번 폭격 계획을 사전에 알리고 러시아군 주둔 지역을 피했다고 했지만 러시아는 공습 전 “미국이 시리아를 겨냥한다면 좋지 않은 결과(negative consequences)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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