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AFP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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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방성훈 기자] 애플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의 까다로운 식성마저 사로잡았다. IBM 정도를 제외하곤 기술주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그가 투자목록 두 번째에 애플 이름을 올린 것도 모자라 주가가 급상승하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다.
버핏은 2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주식이 지난해말과 비교해 두 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 7200만주를 사들여 전체 보유 주식이 1억3300만주가 됐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애플 주식의 2.5% 규모로, 지분가치는 총 170억달러(약 19조2865억원)에 달한다.
버핏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주식시장에 200억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애플 주식 매입도 주로 이때 이뤄졌다. 버핏은 지난해 1분기 애플 주식 980만주를 처음으로 사들였고 2분기에 540만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3분기까지 1520만주를 그대로 유지하다가 4분기에 집중 매입하며 보유 지분을 6210만주까지 끌어올렸다. 이 기간 동안 애플 주가는 무려 40%가 넘게 올랐다.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많은 주식을 샀다. 지금 주식은 정말 싸다. 당장 내일 20% 하락할 수도 있지만 나는 좋은 사업체를 사기 때문에 여전히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버핏은 정보기술(IT)과 관련된 주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IBM 정도를 제외하고는 기술주는 거의 거들떠보지 않았다. 버핏은 자신이 잘 모르는 IT분야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코카콜라, 하인즈 케첩 등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안정적인 소비제품이 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애플은 예외였다. 버핏은 단순히 “애플을 좋아하기 때문”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애플 제품은 이제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제품이 아니라는 뜻. 버핏은 인터뷰에서 자신은 사실 아이폰을 쓰지 않는다면서 주머니 속에서 피쳐폰을 꺼내 보였다. 그는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이폰을 끼고 산다”며 “제품의 연속성이 엄청나며 우리 주변 삶의 중심이 되는 정도 또한 거대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야 어떻든 애플은 이제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한 회사 중 코카콜라 다음으로 큰 규모가 됐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꿈쩍도 하지 않던 버핏 장바구니속 `빅4`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웰스파고, IBM 등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애플과 더불어 뱅크오브아메리카, 3G캐피털이 추가돼 이젠 `빅7`이 됐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이폰 판매가 정체 또는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버핏이 애플 지분을 늘린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