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대출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최근 1~2년 사이 집중적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에 나섰던 2030세대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플레인션’발 금리상승 본격화하나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12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53∼3.83% 수준이다. 대출금리가 바닥을 쳤던 지난해 7월 말의 1.99∼3.51%와 비교해 하단이 약 0.5%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변동)역시 작년 7월 말(2.25∼3.96%)보다 최저 금리가 0.3%포인트 올랐다.
지금까지 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시장금리 상승한데다 작년 말부터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대출을 죄면서 시중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깎은 영향이 어우러진 결과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뛰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풀린 돈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전날 공개된 미국의 4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4.2%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3.6%를 크게 웃돈 것이다.
당장 미국에서부터 금리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주가가 급락하고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도 1% 넘게 급락했다.
‘영끌’ 나섰던 청년 직격탄 우려
특히 최근 1~2년 사이 대출을 가장 활발하게 일으켰던 2030 청년층이 가장 큰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청년층의 가계대출은 작년 3분기 말 현재 40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5% 늘었다. 같은시기 가계대출 증가율(7%)을 웃돈 것이다. 청년층의 분기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11조5000억원)은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27조원)의 42.7%를 차지할 정도다.
한국은행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봐도 상황이 심각하다. 전체 가계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Loan To Income ratio) 평균은 229.1%(지난해 12월 말 기준)이다. 빚이 소득보다 2.3배 정도 많다는 뜻이다. 전체 LTI는 작년 한 해 11.6%포인트나 올랐는데 같은 기간 20대 이하와 30대 청년층 LTI는 약 24%포인트 급증했다.
장혜영 의원은 “폭등하는 자산 가격과 고용 불안 등으로 청년들이 버는 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빚을 떠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청년층 대출규제 문턱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청년층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할 때 장래소득 인정기준을 활용할 방침이다. 청년층은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DSR을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령 월급이 300만원인 만 30세 무주택 근로자(DSR 40%, 예상소득증가율 23.3%)A씨의 경우 만기 20년짜리 주담대를 받을 때 대출한도는 종전 2억2600만원였는데 최대 2억5200만원까지 11.5%가량 늘어난다.
금융권에서는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섣부른 규제 완화가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오르기 전에 총량을 관리하면서 충격에 대비할 시기“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가 청년층이 부동산 시장의 상투를 잡도록 내미는 꼴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