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디지털데이'…위메프, 상표 알박기 성공할까?

위메프-티몬, '디지털데이' 행사명 사용 두고 분쟁
'디지털'과 '데이'는 널리 사용하는 명칭으로 식별력 낮아
위메프, 과거에도 '블랙프라이데이' 선점으로 상도의 논란
"이의 신청하면 판단 달라질 가능성 있어"
  • 등록 2019-07-17 오후 5:29:35

    수정 2019-07-17 오후 5:29:35

위메프와 티몬이 ‘디지털데이’ 명칭 사용을 두고 상표권 분쟁에 들어갔다. 위메프는 ‘디지털데이’에 대한 상표권을 주장하는 한편, 티몬은 ‘디지털데이’에 식별력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은 양사의 디지털데이 포스터.(자료=각 사)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위메프와 티몬이 상표권 분쟁에 들어가면서 위메프가 출원한 ‘디지털데이’ 상표권이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할 지 여부를 두고 전자상거래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메프는 현재 ‘디지털데이’라는 행사명을 사용하지 말라며 티몬에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디지털데이는 디지털 가전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이미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실제 등록으로 이어질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위메프는 과거 미국 유통업계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자사의 상표로 등록해 상도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위메프 “우리가 티몬보다 먼저 썼다” vs 티몬 “업계에서 널리 쓰는 행사명”

17일 특허청 키프리스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 4월 특허청에 ‘디지털데이’ 상표를 출원하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위메프는 앞서 지난해 ‘위메프 디지털데이’ 상표 등록에 성공했다. 이후 경쟁업체인 티몬에서 지난 4월부터 디지털데이라는 이름의 특가 행사를 시작하자 내용 증명을 보내 사용중지를 요구했다. 직후 ‘디지털데이’ 상표 등록에도 나섰다.

양사는 분분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위메프 측은 티몬보다 이른 2016년부터 디지털데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진행해왔고, ‘위메프 디지털데이’ 상표권도 가지고 있어 티몬이 권리를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디지털데이’ 상표권도 이미 출원해놨고, 등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티몬은 그냥 디지털데이가 아닌 ‘티몬 디지털데이’로 행사를 진행했고, 디지털데이 역시 널리 쓰이는 표현이기 때문에 위메프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사용중지를 요구할 경우 영업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별력이 관건…“‘디지털데이’만으론 식별력 약해 보여”

지적재산권을 전문으로 다루는 신문재 법무법인 진솔 변호사는 등록이 어려울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

신문재 변호사는 “특허심판원에서 판단할 일이겠지만, 어느 변호사가 들어도 상표권 효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위메프 디지털데이’는 ‘위메프’라는 브랜드명으로 식별력을 가질 수 있어도 ‘디지털’이나 ‘데이’는 식별력을 판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즉, ‘디지털데이’ 만으로는 타인의 상품이나 서비스와 구별되는 힘인 식별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위메프가 지난 4월 출원한 ‘디지털데이’ 상표 밑으로 지난 2006년 출원했다가 거절된 또 다른 ‘디지털데이’ 상표가 확인된다.(자료=특허청 키프리스)
실제로 위메프 보다 앞서 지난 2006년 출원한 또 다른 ‘디지털데이’ 상표 역시 식별력 등을 이유로 등록이 거절된 바 있다.

심사당국인 특허청 측은 ‘디지털데이’ 심사 통과 가능성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식별력이 약하다는 쪽엔 신 변호사와 의견을 같이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디지털’이라는 단어와 ‘데이’도 워낙 단순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식별력이 강해보이진 않는다”며 “두 단어가 결합했을 때 시장에서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가늠해봐야 해서 단정 짓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전자상거래업계나 유통업계에서 어느 정도 통용됐다면, 심사 통과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G마켓에선 위메프보다 앞선 지난 2012년 ‘디지털데이’라는 행사를, 11번가 역시 2014년 비슷한 명칭인 ‘디지털원데이’라는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정부 주도 할인 행사인 코리안세일페스타에서도 지난 2016년 ‘디지털데이’를 사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위메프 측은 “‘디지털데이’ 상표 등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등록되면 지난 4월 1차 경고장을 발송한 이후로는 소급적용돼 명백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의 “상표의 등록 여부는 심사 대상이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범위를 기준으로 심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과거에 등록이 거절된 상표라고 하더라도 심사의 범위가 다를 경우에는 등록이 이루어질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위메프 측은 그러면서 서적판매대행업의 ‘마카롱’, 가구업의 ‘효도’ 등 상표를 사례로 꼽았다.

이에 대해 특허청 측은 “마카롱이 식품업이 아닌 서적판매대행업으로 상표를 냈다면 완전히 이질적인 상품분류이기 때문에 식별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위메프는 출원한 ‘디지털데이’ 상표의 상품분류는 9류와 35류 두 가지다. 9류는 전자기기 등에, 35류는 판매업 등에 해당한다. 전자기기와 ‘디지털’이라는 명칭은 같은 분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전자상거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데이라고 하면 업체와 상관없이 일반 소비자들이 충분히 ‘전자제품 싸게 파는 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명칭을 특정 업체에서 상표로 등록하면 다른 업체들은 아예 사용을 못하게 되는데 이는 상도의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메프에서 지난 2014년 등록한 ‘블랙프라이데이’ 상표 (자료=특허청 키프리스)
◇상표 선점으로 과거에도 상도의 논란…이의 신청하면 판단 다를 수도


위메프는 과거에도 ‘블랙프라이데이’ 상표권을 선점해 관련 업계에서 상도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4년 위메프는 ‘블랙프라이데이’, ‘블랙프라이스데이’ 등의 상표권 등록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유통업계에선 대대적인 할인 행사의 대명사 격으로 블랙프라이데이 혹은 ‘블랙’이 붙은 행사명을 사용했으나, 특허청은 아직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이 충분히 확산되지 않았다고 보고 식별력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위메프의 특허 등록 이후 동종업계에선 특가행사 때마다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명칭을 고민해야 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상표권에 대한 이의 신청이 제기될 경우 위메프가 상표권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그 때 이후로 인터넷이 발달하고, 해외 직접구매도 대중화돼 알려진 정도의 차이가 있어 현 시점에서 무효 심판이 청구된다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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