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7년 한미 FTA 최초 타결 이후 미국의 발효 전 추가 협상 요구로 2010년 3개월 간 협상에 나서면서 ‘굴욕 협상’ 논란을 일으켰다.
애초 2007년 타결된 합의안에서는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2.5% 관세를 3000cc 이하의 경우 즉시, 3000cc 이상의 경우 3년 내 없애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8%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가 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철폐 기간이 5년으로 일괄 연장됐다.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8% 관세를 4년간 4%로 낮추고 5년째 완전히 없애는 것으로 수정됐다.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도 기존 ‘10년간 점진 축소’에서 결국 ‘8년간 25% 유지, 9~10년째 단계적 철폐’로 바뀌었다.
2012년 발효 후 5년 만에 이뤄진 이번 개정 협상에서도 정부는 철강업계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분야에 관련한 미국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도 정부는 또 다시 자동차를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2021년 완전 철폐되는 한국산 픽업트럭(화물자동차) 관세철폐 기간을 2041년까지 20년 더 늦추기로 하고,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미국 기준을 충족하면 자동차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를 기존 업체당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 입장에선 앞으로 20년 동안 픽업트럭을 수출할 가능성이 아예 차단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 내 수요를 고려해 생산·수출을 검토해 왔으나,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관세철폐 기간이 늘어날 경우 계획을 접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미국 기준을 충족하면 자동차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를 기존 업체당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리기로 한 데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생산은 2년 연속 줄어들면서 2016년 국가별 자동차 생산량 순위에서 인도에 밀려 6위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7위 멕시코와의 격차가 4만6천500대까지 좁혀졌다. 올해 들어서도 한국GM 위기 등이 불거지면서 2월까지 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5.5% 줄었다. 판매는 내수가 0.1%, 수출은 6.1% 뒷걸음질쳤고, 부품 수출도 12.3%나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수입차의 공세는 본격화되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인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를 넘어선 판매량을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현재 20%에 육박하는 수입차 점유율이 더 높아지고, 국내 메이커들의 입지가 더 축소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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