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데일리 스냅타임이 회원수 17만명의 아파트 직거래 카페 게시글(5월 25일~10월 27일) 1027건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221개 단지 중 106개 단지에서 직전월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서울에서 아파트 ‘급매물’ 가격 하락세가 가장 강한 지역은 강북·노원이었습니다. 강북구와 노원구는 부동산 광풍 시기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지역으로,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하락세에 빠르게 반응해 급매물 가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실거래보다 호가 낮추는 강북·노원
강북구 게시글의 경우, 같은 전용면적의 직전월 거래가보다 희망 매매가가 평균 -6.71% 낮았습니다.
노원구도 직전 가격보다 급매물을 훨씬 더 싸게 내놓는 경향이 두드러졌는데요. 노원구 아파트 매매 게시글의 희망 매매가는 기존 실거래가보다 평균 -4.14% 낮았습니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84.9㎡)의 경우, 지난 6월 12억 25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세달 후인 지난 9월 11억 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고요. 중계무지개(39㎡)는 지난 3월 5억 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0월에는 1억 내린 4억 8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습니다.
이 밖에 동작구는 상도동을 중심으로 매매 호가가 낮아져 평균 -3.37%에 매물이 올라왔고, 강서구는 평균 -2.25% 낮은 매물이 올라왔습니다. 중구(0.08%), 중랑구(0.62%), 관악구(1.70%), 도봉구(1.90%) 등은 기존 실거래가와 큰 차이 없는 가격에 팔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동안 급매물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정상거래’로 여겨져왔죠. 그러나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이 전반적인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거래량이 급감해 급매물 가격이 아파트 가격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봉 삼성래미안(84㎡)은 지난 6월 직전 거래가격인 11억원(3월 실거래가)에 급매물이 올라왔는데, 7월에 10억 5000만원, 8월 1억원, 9월 9억 8000만원으로 호가가 내려갔습니다. 결국 9월에 9억 5000만원에 같은 면적 아파트가 실거래됐습니다.
◆ 실거래가 떨어져도 호가 버티는 강남3구, 왜?
반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오히려 직전 판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팔겠다는 게시글이 많습니다. ‘급매’ 거래에 흔들리지 않고 제값을 받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죠. 강남은 직전월 실거래가보다 14.85%, 서초 10.90%, 송파 7.96% 더 높은 가격에 매물을 올려뒀습니다.
지난 7월 판매글이 올라온 송파구 헬리오시티(85㎡)의 경우 직전달 같은 면적이 20억 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희망 매매가는 이보다 높은 23억 5000만원이었습니다. 지난 9월 판매글이 올라온 올림픽선수기자촌(126㎡)은 직전월 거래가가 29억원이지만 희망 매매가는 30억원이죠.
그러나 실제로는 강남3구 역시 수억씩 낮춘 가격에서 거래가 성사되고 있는데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는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9억 9000만원에(신고가 26억 3500만원), 송파구 레이크팰리스가 17억 9500만원(신고가 24억 8000만원)에 거래됐죠.
왜 유독 강남3구가 노원, 강북 지역보다 부동산 호가가 더 높을까요?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에 호가는 의미가 없으나, 강남3구의 경우 실거래가 하락이 보이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매물이 보인다”며 “다주택자가 많은 노원, 강북을 중심으로 부동산 하락장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지만, 강남 지역은 부동산 하락장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