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몇몇 상징적인 기업을 제외하면 중국의 IT 업계도 미국 실리콘밸리만큼이나 남성 중심적이라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실리콘 밸리에서는 여성 불평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반면 중국에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미 남성들은 상당한 수혜를 입었다. 1990년대 도시 여성 근로자의 임금은 남성의 78% 수준이었지만 1999년 70%로 떨어졌고 2010년에는 67%로 더 낮아졌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IT 산업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아도 여성은 요직에서 제외되거나 창업할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 쇼핑몰인 슈가레이디닷컴을 창업한 샤오 이레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좌절감을 느꼈다. 투자에 관심을 보인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사업은 마음에 드는데 남자처럼 하루 16시간, 일주일에 6일 근무할 수 있는가, 아이는 몇 살인가, 엄마로서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쏟을 수 있겠는가?” 등을 질문했다.
샤오 CEO는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재로 골드만삭스 뉴욕 지점에서 일하다 창업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녀는 “중국 IT 업계에서 여성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상당수의 사업이 저녁자리나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성사되는데 8살 아이를 둔 엄마로서 저녁과 술자리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벤처투자자 80%가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에 초점을 맞춘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벤처캐피탈인 젠펀드가 투자한 300개 기업 중 여성이 설립한 기업은 26개에 불과했고 매트릭스 차이나 파트너스의 경우 280개사 중 20개, 이노베이션 웍스는 200개 중에 6개 기업만이 여성 기업이었다.
대형 IT 기업의 여성 임원도 보기보다 드물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대형 인터넷 기업 이사회 중에 여성이 포함된 기업은 알리바바가 유일했다. 텐센트는 15명의 경영진과 7명의 이사회 멤버 중 여성이 한 명도 없다.
여성의 능력에 대한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 한 대형 인큐베이터 인력채용 담당자는 최근 3개 스타트업의 캠퍼스 인력 채용을 도왔는데, 이중 2개 업체는 여성 채용을 원치 않았다고 전했다. 설립자가 여성의 코딩 실력을 믿을 수 없고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일하거나 더 나은 성과를 내리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IT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이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주로 재무나 마케팅, 인력관리 등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은 여성 차별 문제가 미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벤처캐피탈인 DCM차이나의 루비 루는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여학생들에게 IT 기술을 가르치면 된다고 주장한다. 안나 팡 젠펀드 최고경영자(CEO)는 전자상거래와 소비자 관련 프로젝트가 붐이 일면서 더 많은 여성 기업가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인식변화가 먼저 수반돼야 한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링 테크베이스 설립자는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