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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는 23일 오후 4시 서울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최근의 표절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라는 주제의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소설가인 이응준이 16일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글을 발표한 이후 증폭된 신 작가의 표절논란을 차분히 점검해보기 위한 것. 표절을 부인했던 신 작가와 출판사 창비가 들끓은 여론에 떠밀려 뒤늦은 사과에 나서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열린 최초의 공개 토론회였다.
발제자로 나선 문학평론가 이명원 경희대 교수는 신 작가의 표절의혹과 관련, “명백한 표절이고 의식적인 표절로 간주하는 게 타당하다. 전설이 우국의 표절이라는 결론은 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문단과 비평계에서 신경숙처럼 무오류의 권위를 확보한 작가는 드물었다”며 “신경숙 문학이야말로 독자들의 구매력을 유혹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문화상품이었다. 적어도 신경숙의 문학은 문단, 언론, 시장 모두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누렸다”고 평가했다.
문학평론가 오창은 중앙대 교수는 신경숙 표절의혹과 관련, 문단권력의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오 교수는 “출판상업주의가 문단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되면서 작가들이 문학적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창비냐 문학동네냐 문학과지성사냐 같은 출판사로 자신의 정체성을 삼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나름의 색채를 가지려 했던 출판사들이 이제는 자본의 이익을 우선하는 양상”이라며 “게다가 한 작가가 문학적 지향과 상관없이 이들 출판사를 옮겨다니는 관행은 한국 출판상업주의의 현재를 가늠케 하는 슬픈 풍경”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경숙 작가 표절에 대한 이응준 작가의 문제제기는 특정 작가 개인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 문학권력의 작동 방식과 한국문학의 갱신을 위해 온 몸을 부딪쳐 종을 울린 것”이라면서 “등단시스템, 문학매체 발간 시스템, 문학상 수여 시스템, 문학출판 관행 등과 같은 일련의 문학 질서를 전복할 수 있는 문학권력의 외부가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원옥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은 “이번 사건은 한국문단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며 “특히 문학윤리를 위반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표절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징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경 원광대 교수는 “신경숙 표절의혹은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창작방법이 실생활과 대지를 도외시하고 책상 위에서 이뤄지는 필사훈련과 같은 기능훈련으로 흘러버린 데 원인이 있다”면서도 “마녀사냥처럼 번져가는 기이한 집단광기의 횃불이 아니라 작가로서 비평가로서 냉정과 이성을 우선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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