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이지현 기자]
A의원은 도수치료로 환자를 끌어모았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에게 도수치료와 함께 지방분해 주사 등 미용 시술을 받으면 이를 도수치료로 진단을 내리고 실손보험금을 받아 치료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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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을 활용한 비급여 과잉 치료 관행이 일부 병·의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의료 체계까지 흔들고 있다. 국민 70%가 넘는 약 35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이 과잉진료의 원인이 되고 의사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변질되면서 필수의료 지원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손보험은 의료 이용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국민이 쓴 의료비 총액)는 2022년 기준 9.7%다. 2022년 처음으로 OECD 평균(9.3%)을 넘어선 것으로 2016년 대비 연평균 6.3% 증가했다. 반면 OECD 회원국은 같은 기간 연평균 2.1% 늘었다. 전문가들은 원인으로 실손보험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물리치료로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조 1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손보험금 전체의 약 18%를 차지하는 규모다.
실손 전체 지급 보험금 대비 물리치료 비중은 5년 새 3.6%포인트 증가했다. 정부는 이처럼 급격히 불어나는 실손의료비가 필수의료 붕괴, 인기과 쏠림 현상을 가속화한다고 보고 이날 실손보험 체계에 ‘메스’를 대기로 했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실손보험 보장 범위를 합리화해 필수의료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급여와 비급여를 같이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오는 2028년까지 5년 동안 10조원을 투입, 필수의료 수가를 올림과 동시에 팽창하는 비급여의 고삐를 죄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투명한 정보공개를 위해 동네 의원을 포함한 전국 7만여개 의료기관은 이달 15일 ‘비급여 가격보고 제도’도 도입에 따라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별 가격과 이용량 등 비급여 진료 내역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