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녀 정책' 부메랑…14억 인구대국 중국이 늙어간다

중국, 인구 증가율 10년전보다 둔화
지역별 편차 심각…남초현상도 여전
'한자녀 정책' 후폭풍…인도에 1위 넘길듯
저출산·고령화, 연금고갈 우려
  • 등록 2021-05-11 오후 8:59:43

    수정 2021-05-11 오후 9:37:36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세계 1위 14억 인구대국 중국이 인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노동인구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8억명이 넘는 막대한 노동인구에 기대 ‘세계의 공장’으로 군림해온 중국 입장에서 노동인구 감소는 경쟁력 훼손과 동의어다. 특히 내년에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구과잉을 막기 위해 1970년대부터 유지해온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할 지 두고 중국 정부가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소득 동북지역 인구 급감

11일 중국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제 7차 전국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1178만명(홍콩·마카오 제외)으로 집계됐다. 중국 인구는 10년 전인 2010년말(13억3972만명)보다 5.38% 늘었다. 그러나 연평균 증가률은 0.53%로 2000년∼2010년 연평균인 0.57%보다 하락했다. 인구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인구조사를 10년에 한번씩 발표한다.

남녀 인구 비율은 남성이 51.24%로 여성(48.76%)보다 많아 남초 현상이 여전했다.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 인구)는 105.07로 2010년 105.20보다는 조금이나마 개선됐다. 출생인구의 성비는 111.3으로 10년전보다 6.8포인트 줄었다.

지역별 쏠림 현상도 심각해졌다. 10년간 중국 광둥성의 인구는 2170만명이 늘어난 1억2601만명을 기록했다. 광둥성은 중국 남부 지역으로 선전, 광저우 등 최근 몇년간 빠르게 성장한 도시가 몰려 있다. 이어 저장성이 1014만명 늘어난 5442만명으로 그뒤를 이었고, 장쑤성은 645만명 늘어 7866만명으로 집계됐다. 저장과 장쑤는 상하이와 인접한 동부 연안 도시로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중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광둥성의 선전시. 사진=신정은 기자
반면 간쑤성, 네이멍구성, 산시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경제개발이 느린 지역은 모두 인구가 줄었다. 특히 헤이룽장성은 646만명이나 줄어들며 인구 감소가 심각했다. 헤이룽장성을 포함한 동북3성의 전체 인구는 9851만명으로 10년전보다 1101만명 줄었다.

닝지저(寧吉喆) 중국국가통계국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동북지방의 인구 감소는 자연환경, 지리환경, 인구출산 수준과 경제사회 발전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며 “동북지방은 고위도 지역으로 겨울이 상대적으로 길고 추워 일부가 비교적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이는 전 세계 많은 나라의 인구가 이동하는 추세적 특징으로 유럽,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자녀 정책 50년만에 폐지되나

더 큰 문제는 저출산·고령화다. 중국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는 14세 이하가 17.95%, 15∼59세는 63.35%, 60세 이상은 18.7%로 각각 조사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5∼59세는 6.79% 포인트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은 5.44%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3.5%로 급증해 고령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닝지저(가운데) 중국 국가통계국 국장(청장급)이 11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열린 ‘제 7차 전국인구조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반면 출생 인구는 4년 연속 급격하게 줄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번에 출생아수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1200만명대라고만 밝혔다. 중국에서 매년 사망하는 숫자가 1000만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출생아수와 사망자수간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중국에서는 2022년이면 인구 감소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인구가 줄어드는 건 1960년대 대기근으로 4000만명이 사망한 이후 60여년만이다.

지금 추세라면 중국이 인도에 인구 1위 자리를 내주는 것도 시간 문제다. 유엔은 2017년 보고서에서 인도가 2024년 즈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햇다. 유엔에 따르면 인도 인구는 2020년 기준 13억8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급격한 고령화는 1970년대 도입한 ‘한가정 한자녀 정책’ 부작용이다. 중국은 이미 이를 ‘두자녀’로 완화했지만 출생인구는 감소추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35년 연금 기금 고갈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리지헝(李紀恒) 민정부 부장(장관)은 “적령 인구의 출산 의향이 낮으며 출산율이 이미 경계선 아래로 떨어져 인구 발전의 중대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로 고민 중인 동북 3성 지역은 산아제한 정책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학자 허야푸(何亞福)는 “중국 정책 결정자들이 이르면 내년에 정책 대전환에 나서 산아 제한을 전면 철폐하고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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