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계좌로 주식사서 '매수' 리포트 낸 애널리스트 실형

금감원 특사경 1호 사건으로 주목
  • 등록 2020-07-10 오후 5:08:34

    수정 2020-07-10 오후 5:08:34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어머니와 친구 명의로 주식을 미리 샀다가 기업분석 보고서(리포트)를 공개한 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우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겨온 대형 증권회사 유명 애널리스트(연구원)에게 실형이 내려졌다.

오상용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증권사 전 애널리스트 오모(39)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오씨의 친구이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모(39)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2016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자신이 작성한 조사분석자료(기업분석 보고서)에 기재된 추천 종목을 어머니 계좌로 (사전에) 매수하고, (해당 자료) 공표 후 주가 상승 시 매도해 4억3000만원상당 부당이득을 챙긴 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오씨는 자신과 동료가 쓴 리포트 핵심 내용을 이씨에게 알려줘 해당 종목을 사들이게 했다가 리포트가 시장에 나온 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워 총 16억6000만원가량 매매차익을 올릴 수 있도록 도운 대가로 현금과 체크카드 등 금품 6억원어치를 받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수재 등) 혐의도 받았다. 이 중 자신이 낸 리포트에 관한 7억6000만원상당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 작년 9월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A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압수수색한 후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이씨와 오씨 변호인들은 애널리스트의 분석자료가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도 이들이 매매한 종목이 수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이들의 매매에 따른 이득이 모두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오씨가 보고서에서 자신과 분석한 종목은 이해관계가 없다고 공시하면서 모친 및 친구와 공모해 주식을 미리 샀고, 투자자에게는 장기 매수를 추천하면서 본인은 보고서 공개 후 바로 매도해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씨에게도 “본인도 부정한 방법임을 알면서도 4년 동안 범행했고 오 씨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며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다만 “오씨가 이씨에게 돈을 받고 주식 매매 시점을 알려주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주요 업무라고 볼 수 없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와 증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선고 직후 기자와 만나 “판결 내용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 출범한 후 맡은 1호 사건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특사경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긴급조치(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선정해 검찰청에 이첩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중 서울남부지검이 지휘한 사건을 처리한다. 금감원 직원 1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압수수색, 통신조회 등 강제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특사경은 지난해 8월 이 사건을 배당받은 후 같은 해 9월 오씨 등 피의자 회사, 자택 5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대외적으로 첫 사건을 수사 중임을 알렸다. 일각에서는 경험 부족 등 우려가 있었으나 압수수색 등 효율적인 강제수사를 통해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대내외에 수사 역량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특사경 관계자는 “특히 증권사 애널리스트 분석보고서를 이용한 사익취득 행위가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사법적 판단을 최초로 이끌어내 향후 동일 유형 범죄 대응에 ‘리딩 케이스’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1심 판결문 입수 후 법원의 판단 내용을 분석해 향후 수사에 참고하는 한편 조사국 등 관련 부서에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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