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②성대규 원장이 말하는 행복이란

'헬조선'에 좌절 말고 가진 것 상관없이 베풀며 살아야
  • 등록 2018-01-02 오후 7:31:20

    수정 2018-01-02 오후 7:31:20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은 요즘 한국사회에 회자되는 ‘흑수저, 금수저론’이 아쉽다. 그는 경북 영천 시골 출신으로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하루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했다.

한양대 경제학과대 4년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성 원장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고시반에 들어갔다. 공부도 생계를 위해 시작했다는 그지만 1989년 제33회 행시에 당당히 수석합격했다. 발령을 받기전까지 대구에서 유명 학원 강사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그가 쓴 경제학책은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사이에서 꽤 팔려나가기도 했다.

성 원장은 “요즘은 개천에서 용나는 시스템이 아니다보니 어렵게 자라 잘되는 것에 대한 신화가 무너져 흙수저, 금수저, 다이아몬드수저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공 신화가 무너진 한국사회가 꼭 행복하지 않은 사회는 아니라는 반문이다. 그는 “헬조선 등 프레임으로 사회를 재단하고 자포자기하지 말고 가진게 많고 적고 상관없이 나의 가족보다 남을 위해 선을 베풀며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원 직원들에게도 꾸준히 전파하고 있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행시 합격할 때만 해도 재정경제원 세제실이나 예산실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 자기처럼 가난한 사람을 위해 세금제도를 기획하고 예산을 집행하고 싶었지만 성 원장은 기대와 달리 ‘보험’만 세 번이나 돌았다. 재경원 시절 보험제도담당관실에서 사무관으로 일했고 1990년대 말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보험과에 몸담았다. 주(駐)프랑스 한국 대사관 재경관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을 맡았다.

성 원장은 “2008년 보험과장을 맡으면서 이게 운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열심히 일하게 됐다”며 “책을 읽지 않으니 바보가 돼가는 것 같아 그 해 100권을 읽는 것을 목표로 독서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생을 받아들인 이후 더욱 풍요로워졌다는 뜻처럼 들렸다.

성 원장은 보험과장 시절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실손의료보험 본인부담금을 처음 도입했고 그 이후 실손보험 가입이 힘든 노인과 유병자 등도 가입문턱이 열렸다. 2016년 11월 보험개발원장에 취임하면서 보험업계로부터 “이런 낙하산이면 얼마든지 환영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보험개발원장 취임 이후 일반보험 요율산출 확대, 빅데이터 사업 강화 등 민간보험사들로부터 소외받을 수밖에 없는 영역의 공적 역할에 주력하며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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