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신용도 '비상' 기업들..사모에 몰린다

올해 사모 회사채 발행 17% 넘어서..내년 더 늘어날 전망
대부분 산업 악화 전망 속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줄 자리매김
  • 등록 2017-12-13 오후 5:19:53

    수정 2017-12-13 오후 5:19:53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내년 회사채 사모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 회복세에도 대부분 산업의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비우량 회사들이 사모 회사채 발행에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사모 회사채 발행 비중은 전체 회사채 발행 중 17%를 넘어섰다. 매년 그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운 기업이나 재무상태가 좋지 못한 기업들이 주로 발행하는 것으로 인식됐던 사모 회사채가 우량 신용등급으로까지 퍼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AA’급 이상 우량 기업도 수요예측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거나 기업의 상황을 공개하기 꺼려질 때 사모 회사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롯데는 ‘AA’ 급 신용등급임에도 올해 최근 사모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하반기 들어서 11월에 1500억원, 12월에 1000억원을 사모로 발행했다.

부정적인 신용등급전망 등을 고려, 정보를 공개하고 금리 상승 우려가 있는 공모 발행을 피했다는 분석이다. 사모 회사채는 수요예측을 진행해 발행금리와 발행금액 등을 진행하는 공모 회사채와 달리 기관투자자나 50인 미만 특정 개인 등 소수의 특정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회사채다. 기업의 정보나 신용등급 등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BBB’급 이하 비우량 기업, 또는 공모 발행을 통해 미매각이 예상되는 위험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이 사모 발행의 주를 이룬다. 건설 업황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공모 시장에서 미매각을 경험한 후 사모 시장으로 향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공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발행되고 만기나 옵션 등 투자자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내년에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정유 등 몇 가지 산업을 빼고는 산업 전반적으로 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내년 조선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대부분 산업이 올해 대비 실적이 저하하고, 신용등급도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회사채 공모 시장에서는 양극화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관투자자들의 돈이 ‘AA’급 이상 우량 기업에만 몰리는 현상이다. 특히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비우량 기업들의 내년 회사채 공모 발행 환경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내년 ‘BBB’급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도래는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대부분 ‘BBB’급 기업들이 회사채 만기도래를 현금 상환하거나 사모 발행으로 차환한 것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사모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업무가 시작된 것도 사모 회사채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초대형IB는 기업금융의 50%를 비우량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높은 금리와 유리한 조건을 위해 사모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모 회사채 시장은 공모 회사채 시장의 대체재 역할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며 “BBB급 업체에는 사모사채 시장이 고마운 숨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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