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강연 주최 학생 징계…인권위 "학생 기본권 침해"

인권위, 한동대·숭실대 등에 시정 권고
"건학이념 이유로 강연회 및 대관 신청 불허는 집회 자유와 평등권 침해"
  • 등록 2019-01-07 오후 4:26:14

    수정 2019-01-07 오후 4:26:14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경.(사진=인권위)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대학들이 건학이념 등을 이유로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와 대관 신청을 불허한 것은 집회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7일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를 불허하고 주최 관련 학생을 무기정학 및 특별지도 처분한 한동대 총장에게 징계 처분 취소 및 재발방지대책 을 수립하고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한동대 학생모임 ‘들꽃’은 지난해 12월 성소수자·성매매 관련 내용을 다룬 ‘흡혈사회에서, 환대로, 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 강연회를 개최한 것과 관련해 학교 측이 강연회를 불허하고 주최 학생들을 징계 처분한 것은 집회의 자유·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하지만 한동대 측은 “동성애·성매매 등 합법화를 주장하고 폴리아모리(다자간 연애)를 지향하는 내용의 강연회를 개최하는 것은 건학이념인 기독교 신앙에 어긋나는 것이 분명하다”며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 및 대학의 자율권을 이유로 그 개최를 거부하거나 장소 대관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동대는 또 “강연회에서 표현하고자 한 내용 모두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피해자들에 대한 무기정학 또는 특별지도 조치는 학칙이 아닌 별도 규정에 의한 조치이거나 이의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는 등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적법절차를 위반했다”며 “종교 사학이라 하더라도 공공성이 전제된 교육기관이므로 헌법질서와 타인의 기본권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종교·운영의 자유가 행사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학교 측의 조치는 과잉금지의 원칙(수단의 적합성·침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을 위배한 것으로 피해학생들의 피해 정도가 심하고 스스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며 “향후 대학 내 학교구성원들의 집회의 자유·표현의 자유 등이 크게 위축될 수 있어 피해학생들의 법익이 보다 두텁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한 인권위는 지난 2015년 인권영화제 개최 시 성소수자를 주제로 하는 영화 상영이 설립 이념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관 허가를 취소하고 향후 개최 불허를 통보한 숭실대에서도 향후 시설 대관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대학에 자율성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기본권 제한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이유로 장애인·소수 인종·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어 “모든 기독교인들이 동성애를 포함한 성소수자에 대해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진 않다”며 “성소수자의 성적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관한 내용도 입시요강이나 학칙 등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학생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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