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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 기조 강연을 통해 한국 정치 특유의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현 집권여당의 친문(문재인)이나 자유한국당의 친박(박근혜)을 가릴 것 없이 자신들이 권력을 쟁취하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쓴소리다.
김 위원장은 이런 패권주의 때문에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등의 담론이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결국 여든 야든 폐쇄적인 권력운영 관습을 내려놓아야 협치와 건설적인 국가발전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
“어떻게 하면 권력 안 뺏기느냐에 온 힘”
김 위원장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나라’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기존의 누차 강조하던 국가주의와 함께 패권주의·대중영합주의를 한국 정치의 3가지 고착화된 레짐(regime·정치 제도 및 문화)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패권주의는 권력을 잡은 집단 내지 국가경영을 하겠다고 나선 집단이 권력을 손에 쥐기만 하면 그 권력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아주 폐쇄적 집단이 선과 악을 나눠서 자신들이 하는 건 다 옳고 상대방은 다 나쁘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싸움들이 일어난다”며 “그렇다 보니 여당이 집권하든 야당이 집권하든, 한국당이 집권하든 민주당이 집권하든 패턴은 똑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흔히 말하는 조선시대 세도정치로 보인다”며 “권력을 잡긴 잡는데 권력을 가진 집단이 전혀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그 다음에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관념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세도정치와 다를 바 없는 여야의 패권적 행태로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그 사이에 뭐가 사라지느냐 하면 우리가 다룰 정책의제가 다 도망가고 어떻게 하면 그 패권을 유지하느냐에 온 힘을 다 쓴다”며 “우리가 어떻게 먹고 살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없다. 어떻게 하면 집권하느냐, 어떻게 하면 권력을 안 뺏기느냐에 온 힘을 쏟는다”고 했다.
“3개 모순, 같이 고민하고 변화 줘야”
김 위원장은 “가장 대중영합주의적인 게 우리 세제와 복지정책”이라며 “전형적 포퓰리즘의 한 형태”고 지적했다. 그는 “덴마크는 근로자 평균 소득의 1.2배만 되면 59%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스웨덴 핀란드는 근로자 평균 소득의 1.6배가 되면 57% 최고세율을 적용한다”며 “부자한테만 거둬서 복지국가가 된 예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는 다 중산층이 복지재정 허리를 담당하면서 간다”며 “우리는 면세자 비율이 40%대인 데 이게 과연 정상적으로 가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우리는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많으니 국가재정이 어떻게 가는지에 대해 신경을 그만큼 덜 쓴다”며 “그만큼 덜 쓰니 그만큼 국가 예산낭비가 많아지고, 마치 정부가 주는 게 공짜인양 받아쓰는 형태가 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한국당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도 이런 국가주의와 패권주의, 대중영합주의라는 3대 레짐을 타파해보겠다는 각오에서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주도주의 내지 정부의 과잉개입, 패권주의와 패권정치의 모습, 대중영합주의 이것이 한국 정치와 국가운영체계를 죽이는 3개의 큰 모순”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정말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 여야를 떠나서 또 어딘가에서는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