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숙였지만' 홍준표 당원권 10개월 정지…與 "민심 이탈해"(종합)

與 윤리위, 중징계 만장일치
"당 명예 실추…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
홍준표 "더 이상 갑론을박 안 했으면"
  • 등록 2023-07-26 오후 8:01:13

    수정 2023-07-26 오후 8:01:13

[이데일리 이상원 경계영 기자] ‘수해 골프’로 논란을 빚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26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호우특보 속에 골프를 쳐 비판을 받아온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9일 오후 시청 동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약 1시간 30분의 회의를 거쳐 홍 시장에 대한 징계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대구시장 직무 수행에 지장은 없지만, 공직선거 출마를 비롯해 당원 자격이 제한된다.

윤리위는 지난 15일 집중 호우가 발령된 상황에서 골프를 친 행위와 그 후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게시한 17일과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비롯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골프를 친 것이)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보았다.

윤리위는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 제20조 2호에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며 “즉 당의 윤리규칙을 위반해 그 행위 결과로 민심을 이탈하게 했을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이미 사과하고 수해복구활동에 참여했지만 당의 행위 시기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이후 사정 등에 비춰 보면 당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일반의 윤리 감정과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윤리위 규정 및 규칙을 엄중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중징계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홍 시장은) 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를 지내는 등 국민의힘 중요 정치 지도자로서 더 엄격한 윤리규정을 지켜야 한다”며 “특히 차기 대선에서도 당내 유력한 후보로서 국민은 그의 언행과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개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가 소속된 정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평가를 하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이어 황 위원장은 “윤리위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년 총선이야말로 어느 정당이 혁신하고 개혁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윤리위 결정을 계기로 다시는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정치 공세에 대응 차원에서 하는 정치적 발언이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윤리 규칙 잣대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도록 당원 각자가 더욱 분발하고 노력함으로써 내년 총선에서 꼭 승리할 수 있는 집권여당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수해 골프’로 제명 처분을 받은 홍문종 전 의원과 관련해서 황 위원장은 “사안이 다르다”며 “구체적인 걸 다 검토했는데 같은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지난 3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산불 당시 골프장을 방문했을 때 징계가 없었다는 질의에도 “사안이 다르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윤리 규칙을 위반했다고 징계하는 게 아니라 윤리규칙을 위반해 당의 발전을 저해하거나 민심을 이탈하게 했을 때 징계한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이날 징계 결정 직후 자신의 SNS에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그는 두 번에 걸쳐 글을 수정해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앞서 홍 시장은 충남·영남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관련 비판이 이어지자 홍 시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부적절하지 않았다”며 “주말에 공무원이 자유스럽게 개인 활동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지시로 진상조사에 착수한 이튿날인 19일 홍준표 시장은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설화 논란을 빚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지난 17일 글도 삭제했다. 다만 지난 20일엔 윤리위 징계 개시 결정 이후 SNS에 ‘과하지욕’(跨下之辱·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이라는 사자성어를 적었다가 지우기도 했다.

황정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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