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전 세계 바이오팜을 대상으로 ‘될성부른’ 신약 후보물질을 검토하고 관련 기술을 이전받는 등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펼쳐왔다. 최근 들어서는 핵심 기술을 활용할 뿐 아니라 외형·파이프라인 확장 및 높은 수준의 기술 개발을 위해 기술 수출보다는 M&A를 고려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M&A를 통해 역량을 다지며 제2의 바이오 호황기를 준비하는 만큼, 이들의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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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희귀질환 치료 영역 강화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계열사 ‘알렉시온’은 유전자편집 전문회사인 로직바이오 테라퓨틱스를 6800만달러(약 970억 원)에 인수한다. 인수 절차는 앞으로 6주 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직바이오는 희귀 유전질환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과 전문 연구·개발(R&D) 조직, 노하우 등을 보유한 회사로, 메틸말론산혈증(Methylmalonic Acidemia, 혈액과 신체 조직에 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어지러움과 혼수상태, 간질이 발생할 수 있는 유전질환)과 윌슨병(Wilson’s disease, 구리대사 이상으로 간과 뇌의 기저핵에 과다한 양의 구리가 축적되는 유전질환)에 대한 치료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백신 명가로 꼽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올해 7월 희귀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에라 온콜로지를 인수하며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GSK는 해당 M&A로 골수섬유증(골수 조직의 섬유가 과잉발육되는 희소 혈액암) 신약 후보물질인 모멜로티닙을 획득했다.
기존 의약품보다 나은 신약에도 집중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 화이자도 올해 5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편두통 치료제 부문 회사 ‘바이오해븐 파마슈티컬’을 약 15조 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화이자는 바이오해븐의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길항제 계열 파이프라인을 대거 영입하게 됐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바이오헤븐은 신경질환과 희귀질환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곳으로, 급성 편두통 치료제 ‘리메게판트’로 유명세를 떨쳤다. 이 밖에도 급성 편두통 치료 비강 스프레이 자베게판트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심사에 돌입하는 등 성장 속도가 무서운 상황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도 M&A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국내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으로 창출했던 수익이 점점 줄어드는 만큼,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한 수익 창구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고평가됐던 일부 바이오텍의 기업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만큼, 글로벌 빅파마 입장에서는 현재가 M&A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M&A는 기업의 외형 확장과 수익 증대, 가치 창출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특히 글로벌 빅파마의 경우, M&A시 매출이 껑충 오르는 효과가 두드러진다. 기술과 인력, 인프라 등 기초작업 없이도 간편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인 셈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