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피의사실 공표, 제 눈의 들보 못 보는 검찰

검찰청 수사심의위, 경찰 피의사실 공표 금지 수사 심의
삼성바이오 수사서도 피의사실 공표 일삼는 검찰
검·경 어느쪽도 자유롭지 못해…그릇된 관행 탈피해야
  • 등록 2019-07-18 오후 4:48:58

    수정 2019-07-18 오후 4:48:58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검찰 개혁을 위한 수사권 조정에서 촉발한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이 피의사실 공표를 두고 다시 확전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가 오는 22일 울산지검이 부의한 `울산경찰청 피의사실 공표 금지 위반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를 심의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새롭게 도입한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1월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위조한 면허증으로 약사 행세를 한 가짜 약사를 적발하고 이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문제는 울산지검이 지난달 초 울산경찰청 자료 등 언론에 공개한 내용이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 어긋난다”라고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 지휘공문을 통해 “수사과정에서 원칙에 위배되는 피의사실 유출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하자 검찰이 경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박 장관이 “뿌리 뽑겠다”며 적폐로까지 강하게 질책하면서 검찰이 경찰을 길들이기 위한 구실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수사 일선에선 국민의 알 권리를 핑계로 경찰은 물론 검찰 조차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전직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피의사실 공표는 경찰만 아니라 검찰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며 “지검장 재직 시절 기소 전 단계에선 그 어떤 사실도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지만 수사 과정 중간 중간 진행 상황이 일부 유출되는 일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피의사실 공표는 형법상 범죄로 이제는 검찰과 경찰 모두 위법행위를 그만둬야 할 때가 됐다”고 꼬집었다.

사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한 피의사실이 무분별하게 공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정식 재판은커녕 기소가 되기도 전부터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연루된 루머와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법원의 속내에는 여론몰이로 수사방향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려는 의도에 법관들이 불쾌해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회계학상 공정가치 평가방법에는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한다. 어떤 기준을 택하는지에 따라 숫자가 달리 계산된다는 뜻이다. 결국 검찰과 삼성 양측 간 치열한 공방 속에 재판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유력한데 공명심에 사로잡힌 검찰이 성과내기에 급급해 대기업 수사에 너무 경솔한 게 아니냐는 시각 또한 적지 않다.

수사심의위가 검·경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판정 결과는 이미 무의미한지도 모른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든 국민의 알 권리란 이유로 검찰과 경찰 전부에 공통되게 만연한 수사기관의 그릇된 관행을 탈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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