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독설 화살’, 이번에는 손학규를 쏘았다

존경하는 대선배로 남아달라며 정계은퇴 촉구
20일 만에 이재명 반기문 문재인 이어 4번째
다른 대선주자와 대립각 세우자, 지지율 상승
다음 화살은 누구 향할까… 손학규측 “노무현 길인가” 비판
  • 등록 2017-01-03 오후 6:51:19

    수정 2017-01-04 오전 8:56:08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화살이 이번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향했다. 지난달 12일 대의명분 없는 합종연횡은 구태정치라며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을 비판한 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화살을 날린 안 지사가 정계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손 전 대표에게 다시 정계를 은퇴하라고 공격했다. 20여일 동안 여야의 대선주자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이어가는 행보가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지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정치 일선에서 은퇴해주십시오”라며 손 전 대표에게 정계은퇴를 촉구했다. 안 지사는 “1990년 3당 합당한 민자당에 동참하신 후, 24년 동안 선배님이 걸어온 길을 지켜봤다. 물론 큰 역할도 하셨지만 그늘도 짙었다”고 한 뒤 “더 이상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시키지 마시기 바란다. 존경하는 대선배로 남아주시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1970년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손 전 대표는 지난 1992년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전두환 군사정권을 계승한 노태우 정부 시절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야당인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은 3당 합당을 거쳐 1990년 5월 민주자유당을 창당했다. 엄혹한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던 손 전 대표가 민자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이 된 것은 부적절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신 손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야권으로 온 뒤 민주당 대표를 2번이나 하며 야권통합을 주도하는 등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점은 인정했다.

안 지사는 “대선을 앞두고 명분없는 이합집산이 거듭된다면 한국의 정당정치는 또 다시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낡은 정치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저희 후배들이 잘 만들어 가겠다.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저희들을 믿고 은퇴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새판 짜기와 7공화국 건설을 주장하며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서 중도개혁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손 전 대표의 행보가 대선을 앞둔 명분없는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는 얘기이다.

◇안 지사 행보, 지지율 제고 위한 포석 = 안 지사의 발언을 충언이나 고언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대선이 현실화된 조건에서, 안 지사의 행보는 다분히 지지율 제고를 위한 포석이다. 지난 2008년 손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지낼 때 최고위원으로 호흡을 맞췄던 안 지사의 충언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거론되던 시기에 했어야 한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말에 복귀했다. 그때 안 지사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야권 관계자는 “여야 대선주자들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통해 재미를 본 안 지사가 새해에 들어서도 그 전략을 실행하는 것 같다. 자신의 실적이나 능력, 비전 제시 없이 이뤄지는 독설은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 안 지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12월초 2-3%대를 맴돌았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최근들어 촛불정국 대응과 다른 대선주자들에 대한 대립각 세우기를 통해 5%까지 상승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안 지사가 5.1%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4.8%)를 추월했다. 당시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5.6%, 반 전 총장 17.4%, 이 시장은 12.0%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반 전 총장에게도 “정치 기웃거리지 마라” 직격탄 = 손 전 대표에 대한 발언에 앞서, 안 지사는 지난달 12일 이 시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원순·안희정·김부겸과 다 합쳐서 공동체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이고 구태정치”라고 강력 비판했다. 21일에는 반 전 총장을 향해,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 눈치 보느라 조문조차도 하지 못했던 분”이라며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지사는 28일엔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 전 대표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진보의 가치를 속 시원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문 전 대표가 진보와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을 가장 폭넓게 포용한다면 제가 이길 길이 없지만, 문 전 대표는 현재 그렇지 못하다”고 문 전 대표의 한계를 꼬집었다.

이제 안 지사의 화살이 누구에게 향할까. 남아있는 대선주자는 안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정도다. 안 지사는 남 지사와 함께 4일 방송되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다. 남 지사에게 화살을 날릴 것 같지는 않다. 다음 차례는 공식 일정을 접고 칩거중인 안 전 대표일까?

한편 손 전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제 친문의 홍위병이자 패거리 정치의 행동대장이 되어 다른 정치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길이요 새로운 정치를 추구해야할 차세대 정치인의 길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한 뒤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함께 정치했던 후배들에게 유언처럼 남기신 ‘정치하지 마라’는 말씀을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며 안 지사 자신부터 친노친문 정치, 패거리 정치를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잠룡들의 박수 (남양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안희정 충남지사,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29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5주기 추모행사에서 박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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