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정치 일선에서 은퇴해주십시오”라며 손 전 대표에게 정계은퇴를 촉구했다. 안 지사는 “1990년 3당 합당한 민자당에 동참하신 후, 24년 동안 선배님이 걸어온 길을 지켜봤다. 물론 큰 역할도 하셨지만 그늘도 짙었다”고 한 뒤 “더 이상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시키지 마시기 바란다. 존경하는 대선배로 남아주시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1970년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손 전 대표는 지난 1992년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전두환 군사정권을 계승한 노태우 정부 시절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야당인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은 3당 합당을 거쳐 1990년 5월 민주자유당을 창당했다. 엄혹한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던 손 전 대표가 민자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이 된 것은 부적절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신 손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야권으로 온 뒤 민주당 대표를 2번이나 하며 야권통합을 주도하는 등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점은 인정했다.
안 지사는 “대선을 앞두고 명분없는 이합집산이 거듭된다면 한국의 정당정치는 또 다시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낡은 정치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저희 후배들이 잘 만들어 가겠다.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저희들을 믿고 은퇴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새판 짜기와 7공화국 건설을 주장하며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서 중도개혁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손 전 대표의 행보가 대선을 앞둔 명분없는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는 얘기이다.
◇안 지사 행보, 지지율 제고 위한 포석 = 안 지사의 발언을 충언이나 고언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대선이 현실화된 조건에서, 안 지사의 행보는 다분히 지지율 제고를 위한 포석이다. 지난 2008년 손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지낼 때 최고위원으로 호흡을 맞췄던 안 지사의 충언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거론되던 시기에 했어야 한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말에 복귀했다. 그때 안 지사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야권 관계자는 “여야 대선주자들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통해 재미를 본 안 지사가 새해에 들어서도 그 전략을 실행하는 것 같다. 자신의 실적이나 능력, 비전 제시 없이 이뤄지는 독설은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 안 지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12월초 2-3%대를 맴돌았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최근들어 촛불정국 대응과 다른 대선주자들에 대한 대립각 세우기를 통해 5%까지 상승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안 지사가 5.1%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4.8%)를 추월했다. 당시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5.6%, 반 전 총장 17.4%, 이 시장은 12.0%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제 안 지사의 화살이 누구에게 향할까. 남아있는 대선주자는 안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정도다. 안 지사는 남 지사와 함께 4일 방송되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다. 남 지사에게 화살을 날릴 것 같지는 않다. 다음 차례는 공식 일정을 접고 칩거중인 안 전 대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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