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박모(16)양은 지난달 자신이 딥페이크(deepfake) 성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학교 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학교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돌아온 반응은 ‘신상 하나 털린 걸로 뭘 그러냐’는 말이었다. 의지할 데가 없던 박양은 온라인 익명 채팅방에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채팅방에 있던 400여명 중 대부분은 박양이 겪은 일에 대해 침묵하거나 ‘네 얼굴을 일부러 올리고 딥페이크 당하니까 좋으냐’고 비난했다. 우울감에 빠진 박양은 “대체 어떤 사람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당하고 싶어하겠나”라며 “내가 문제인가 싶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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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하는 동안 온·오프라인에선 피해자를 상대로 한 ‘2차 가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홍모(17)양도 박양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 홍양은 올해 4월 텔레그램에서 자신의 얼굴이 딥페이크로 합성된 것을 발견하고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차 가해는 ‘성범죄 등 범죄 피해자들이 스스로 원인을 제공했다’며 모욕하거나 배척하는 행위나 인식을 의미한다. 2차 가해로 범죄 피해자들은 잘못한 게 없음에도 자책하며 괴로움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당하는 2차 가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상담지원 및 현황, 피해지원 욕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100명 중 88%(88명)는 주변 지인이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2차 피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국회에서도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7명은 지난달 29일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피해자를 특정되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을 삭제할 수 있도록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10대는) 2차 가해가 범죄인지, 가해인지 분별이 안 되고 문화처럼 인식하는 것 같다”며 “기술 발전을 법이 못 따라가고 있어서 적극적인 교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