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중소기업 A사 재무 담당 임원은 다음 달 은행 대출 만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201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0억원 수준에 손익분기점을 조금 넘는 정도로 이익을 거뒀다. 회사 운영을 위해 은행에서 차입한 금액은 매출액의 절반에 달하는 5억원 규모다. 이 임원은 “신용등급이 낮은 탓에 지난해에도 3.5%라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이자를 냈다. 하지만 다음 달 대출을 갱신하면 금리는 6% 이상으로 올라간다. 이제 겨우 이익을 조금 내는 수준인데, 은행 금리가 2배 정도 오르면서 올해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들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영난을 호소한다. 정부 금융당국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영세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준금리 오름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기업 사이에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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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정책 제언’ 자료에 따르면 금리 인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69.2%에 달했다.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금리 인상으로 인한 악영향을 받는 셈이다. 이어 ‘영향 없음’이란 응답이 30.6%였으며, ‘긍정적’이란 답변은 0.2%에 불과했다.
실제로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는 사례는 중소기업계 곳곳에서 관측된다. 정밀부품을 생산하는 B사는 최근 금리가 3배 정도 올랐다. 차입한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만 해도 1∼2%에 불과했던 금리가 최근 5∼6%까지 오른 것이다. 이 회사 관리 담당 임원은 “통상 연간 7∼8% 정도 이익률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금리 인상 등 악재로 인해 예년보다 이익률이 2%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상을 반영해 투자를 연기하는 사례도 있다. 반도체 장치를 생산하는 C사 임원은 “은행 금리가 기존 1.25%에서 최근 2배 이상인 2.56%로 올랐다. 신공장을 짓기 위해 추가적인 차입이 필요하지만, 이미 금리가 너무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원자잿값 상승 등이 더해져 올해 연간 이익률이 전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말로 예정했던 신공장 착공 시기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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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리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우대금리 적용 확대,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금융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은행권이 기준금리 이상으로 과도하게 대출금리를 올리는 행위를 규제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중소기업 우대금리 적용 확대와 함께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상승하면 경영 상태가 양호한 소상공인들 역시 이자 비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계 상황에 진입할 수 있다”며 “소상공인은 부실이 발생하면 규모가 매우 크고 사회에 미치는 파장 역시 크다. 금리 인상에 따른 관리와 예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부정적인 이슈로 인해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며, 이는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금리 인상 기조 역시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수록 한계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부도·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정부가 정책 금융을 확대하는 등 특단의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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