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배운 정두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강행 처리에 나서고 있지만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방안은 마련하고 있지 않아 입법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이른바 ‘검찰 공화국’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법안이 오히려 ‘경찰 공화국’으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내부에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수뇌부와 업무과중을 우려하는 일선 경찰들간 온도차가 심한 상태다.
|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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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지난 15일 발의한 검수완박 관련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기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으로 정해져 있던 수사 관련 규정에서 ‘검사’ 규정이 삭제되고 사법경찰관만 남기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내용의 기존 형사소송법 제196조가 삭제됐고 검찰이 갖고 있던 ‘피의자 출석요구’, ‘제 3자 출석 요구’, ‘피의자 신문’, ‘참고인과의 대질’ 등의 권한은 모두 사법경찰관이 갖게 됐다. 검사 또는 경찰에게 고소·고발을 할 수 있다고 정한 형사소송법 237조도 ‘경찰에게만’으로 개정된다. 국민으로서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사라지는 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우려해 검찰에 남겨뒀던 권한 상당 부분도 삭제되고 사법경찰관이 관할을 넘어 수사하는 경우에 대한 검찰의 통제력도 약해졌다. 경찰의 피의자 구속 기간이 현행 최대 10일에서 20일로 연장된 부분도 논란이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체포·구속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은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했을 경우 최대한 빠르게 사법관에 넘기도록 하고 있다”며 “일제시대엔 사법경찰관이 14일 구류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왜 그때의 형사사법제도로 회귀하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안 전반적으로 세세하게 살피지 못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규정들이 너무 많다”며 “조급하게 법안을 추진하다 보니 발생한 실수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오는 2024년 국가정보원이 가진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면 경찰이 국내 수사 기관 중 유일하게 정보 수집 기능까지 갖게 되면서 통제 불능의 거대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을 제기한다. 김 변호사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대한민국 경찰은 중국 공안보다 더욱 강력한 기관이 된다”며 “경찰청 정보국이 전국 경찰의 정보과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마음먹으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수퍼 파워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도 국정원도 무력화된 상황에서 경찰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은 대한민국에 단 하나도 없게 되는 것이 검수완박의 실체”라며 “사실상 검수완박이 아니라 경찰의 검사화”라고 강조했다.
경찰 내부 분위기는 혼돈의 양상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18일 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검수완박은) 국회 논의 중인 상황이라 경찰은 지켜보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본연 역할을 충실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5만3000명의 직협 회원들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위해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찬성한다”며 “검사는 법률 전문가로서, 경찰은 수사 전문가로서 긴밀하게 논의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경찰 내부망인 폴넷 게시판엔 업무 과중을 우려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오는 7월에는 경찰청장을 비롯해 고위직 인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경찰이 검수완박에 대한 의견을 함부로 내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경찰 수뇌부가 일선 경찰관의 의견을 한데 모으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만 있다면 국민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