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속칭 `문재인 케어`가 닻을 올리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이번 정책이 어떤 득실을 가져올지 분주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 치료에 대한 건보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 발표에 일단 제약·바이오시장은 환호했다. 치매 치료 등 의료시장 자체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보험사는 단기 손해율 개선이라는 호재가 등장했다. 다만 중장기로는 재정 투입 확대가 약가와 보험료 인하를 압박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깔리는 양상이다.
시장 파이 커질까…관련업체 수혜 기대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인 9일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보장성을 높이겠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3800여개에 달하는 비급여 진료항목을 2022년까지 단계별로 급여화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급여항목이 확대돼 환자 의료비 부담이 줄면 진료·의약품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본인 부담금이 낮아져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 처방약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제약 업체는 실정 성장에 대한 기대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新)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면 비급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안은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업체에도 긍정적 신호다.
보험업계도 지급보험금 감소에 따르면 단기 손해율 개선이 기대 요소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110%를 상회하는 실손보험 손해율은 손익 악화의 주범”이라며 “이번 정책으로 보험 중에서도 손해보험주는 손해율 안정화에 따른 최대 수혜주로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약가·보험료 인하 되레 리스크 될 수도
중장기 부담은 제약보다는 보험업종에 더 많이 쏠리는 분위기다. 비급여 의료비를 통제해 손해율이 하락하면 결국 보험료 인하 압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보험사 영업이익이 나날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보험료 인하 요구 부담이 덜한 편이다. 실손보험 상품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는 보험 특성상 상품 자체가 없어질 확률은 낮겠지만 대부분 질병이 건강보험으로 충당이 되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실손 보험을 들 이유가 줄기 때문에 가입자 이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 이날 주가 역시 기대감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반영했다. 흥국화재(000540) 주가는 이날 8% 가량 빠진 것을 비롯해 한화손해보험(000370)·롯데손해보험(000400)·삼성화재(000810)·삼성생명(032830)·현대해상(001450)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건강보험과 민간보험간 연계관리 규정 제정 등 추가 진행 사항 확인이 필요하지만 중장기로는 리스크 요인이 더 커 손해보험주에 대한 보수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