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호실적에도…활짝 웃지 못하는 日 소니

2분기 영업이익 1576억엔..2007년 이후 최고액
이미지센서 및 프리미엄 TV에서 순항..'구조조정' 통했다
변동성 크고 경쟁자 추월 거세지고 있어 고민
  • 등록 2017-08-02 오후 4:11:22

    수정 2017-08-02 오후 4:20:23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일본 대표적인 IT업체 소니가 2분기(3월 결산을 사용하는 일본 회계 기준으로는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앞으로의 먹거리를 둘러싸곤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소니는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1576억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전망치(1333억엔)를 넘어선 것은 물론 2007년(1213억엔) 이후 가장 많은 2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한 1조8600억엔으로 기록됐다. 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212억엔)보다 3.8배 많은 810억엔에 달했다. 지난해 2분기 큐슈 지역에 지진이 발생하며 구마모토 공장을 잠시 가동 중단했던 기저효과가 있다 해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보이는 셈이다.

현재 소니는 올해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73% 증가한 5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플레이스테이션이 처음 출시되며 시장에 충격을 준 1998년 5260억엔 이후 최고 액수로 만일 이 기록이 현실화되면 72년 소니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하게 된다.

소니는 1990년대만 해도 휴대용 오디오기기 ‘워크맨’을 비롯해 TV나 카메라, 비디오 등을 바탕으로 전세계 전자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0년 중반 이후 소니의 전자제품 영역이 한국과 중국 기업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새로 진입했던 모바일 시장이나 금융, 영화, 음악 등 콘텐츠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소니는 2008년 이후 적자의 늪에 허덕이게 된다.

그러나 2012년 히라이 가즈오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하며 소니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시작하게 된다. 히라이 CEO는 성과가 나지 않는 노트북과 워크맨 등의 일부 전자사업을 분사했다. 또 구조조정을 단행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대신 소니는 ‘기술 소니’ 부활을 외치며 이미지 센서에 집중하게 된다. 2015년 소니는 증자를 통해 4000억엔을 조달해 이미지센서 시장에 투자했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주로 부착되는데 사람 표정이나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하는 장치다. 웃을 때 자동으로 사진이 찍히거나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게 이미지 센서의 기술 중 하나다. 소니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 소니의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은 45.8%로 2위인 삼성전자(19.8%)를 크게 앞서고 있다.

올해는 TV 부문의 실적도 좋았다. 소니는 올해 초 7년만에 선보인 올레드 TV신제품 ‘브라비아’를 내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적으로 노린 소니의 전략은 적중했고 지난해 1분기 1500달러 이상 TV 시장에서 점유율 39%를 차지하며 순항하기도 했다.

다만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소니의 미래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미국에서 7월 공개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난해 1000억엔이 넘는 손실을 낸 만큼 변동성이 크다. 게다가 ‘기술 소니’ 중심에 있는 이미지센서 사업 역시 경쟁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미지 센서 수요 학대에 대비해 D램 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라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맹추격을 예고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부사장이 실적 발표 당시 “아직 3달이 지났을 뿐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변동성이 큰 사업이 있어 리스크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점 역시 이같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히라이 CEO는 영화나 음악, 게임 등 다양한 영역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소니의 지적재산권을 강화해 소니 전자제품이라는 플랫폼과 결합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콘텐츠와 플랫폼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이어갈 지 명확한 경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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