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현실된 무역장벽에 속타는 기아차 멕시코공장

가격 경쟁력 하락→판매량 감소→수익성 하락
멕시코 진출 車 부품 업체도 긴장
  • 등록 2016-11-10 오후 4:17:47

    수정 2016-11-14 오전 11:08:12

축구장 700개 크기인 335만㎡ 규모의 부지에 들어선 연산 40만대 규모의 기아차 멕시코공장. 기아차는 총 1조원 가량의 투자비를 썼다. 지난 5월부터 가동되고 있으며 현재는 연간 10만대가 생산되고 있다.
[이데일리 임성영 최선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미칠 파장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기아차(000270)현대모비스(012330)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등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경선과정에서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차량에 대해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자국 기업인 포드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고 한 만큼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자동차엔 관세가 붙지 않았다. 많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무관세 혜택과 저렴한 노동력 등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로 몰려들었다.

기아차도 이런 이유로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공장터를 잡고 1조원을 투자했다. 기아차는 당초 멕시코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의 80%(32만대)를 북미시장 등에 수출할 계획이었다.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되면 멕시코산 기아차의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전보다 높아진 관세만큼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가격 경쟁력 하락은 판매량 감소에 따른 매출 부진뿐만 아니라 멕시코 공장의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져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 조지아공장의 가동률을 높일 수도 없다. 현재 조지아 공장은 3교대로 100% 풀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 62만600대 중 46%(26만대)만이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됐다. 나머지 절반 이상의 물량이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것으로 조지아 공장의 생산 능력은 지금 현재로도 달리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K3로 판매 차종의 다변화를 이끌어 북미시장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은 의미가 흐려졌다”며 “미국에 생산공장을 추가로 세운다 해도 4~5년은 걸려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012330)현대제철(004020)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5월부터 가동한 현대모비스의 멕시코 공장에선 모듈과 램프가 주로 생산되는데 모듈은 대부분 바로 옆에 있는 기아차 공장으로 보내진다. 램프는 대부분은 기아차 공장으로, 나머지는 북미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관세가 높아지면 현대모비스도 함께 타격을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관세라는 것이 곧바로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에 자동차 강판 센터를 설립한 포스코는 GM 쉐보레 등 미국 완성차업체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 회사와 거래를 위주로 하는 만큼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상계 관세 부과 조치가 결정된 상황에서 자동차 관련 제품에 대한 무역장벽이 높아진 것은 악재”라면서도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말 그대로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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