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새 단장에는 혈관 생물학(Vascular Biology)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고규영 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58)가 선임됐다. 고규영 단장이 이끄는 ‘혈관연구단(Center for Vascular Research)’은 이날 출범하고 연구에 착수한다.
지난 25년간 기초의학에 매진해온 고규영 신임단장은 “기초의학자로서 영광스러운 동시에 책임감을 느낀다. 기초의학을 연구하려는 후학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면 좋겠다”고 IBS 연구단장 선정과 연구단 출범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고 단장은 혈관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의 존재와 작동 메커니즘을 밝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현재 혈액 연구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블러드(BLOOD)’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암 연구분야의 국제 저널인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의 암혈관 분야 편집위원으로 선정됐다.
고 단장은 암세포와 혈관 생성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암 혈관이 생성되는데 관여하는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A)’와 ‘안지오포이에틴-2(Ang2)’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이중혈관신생차단제(DAPP)를 개발했고, 암 혈관에서만 발현하는 로제이(RhoJ) 단백질이 암 조직에서 혈관 생성과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최근에는 암 세포 자체를 공격하는 대신 암 혈관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가 새로운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암 세포의 영양 보급망과 이동 통로를 끊어버려, 암 세포를 고사 시키거나 전이를 차단하는 전략이다.
그는 “장기별로 혈관이 생성되는데 차이가 있고 암, 염증 등에 관여하는 혈관의 상태에도 차이가 있다”며 “장기별로, 또 여러 가지 질환별로 서로 다른 혈관의 생성, 분화, 유지, 조절 작용에 대한 기초연구를 통해 혈관 관련 질환치료와 합리적인 재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고 단장은 림프관, 혈관주변세포들에도 주목하고 있다. 체내 산소와 영양분, 세포이동 등을 담당하는 혈관과 림프관은 인체의 상·하수도라 할 수 있다.
그는 “우리 몸에 림프절은 약 600개가 존재한다. 바이러스를 비롯한 병원균, 면역세포, 암세포 등이 온몸에 분포되어 있는 림프관으로 이동해 림프절에 도달하면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며 “특히 림프절에서 항원과 면역세포 간 반응할 때 림프관의 역할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스, 영양분, 노폐물의 교환이 이뤄지는 모세혈관에서 내피세포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세포도 연구 대상이다. 최근 모세혈관 주변 세포들이 특별한 분자 물질을 분비하여 혈관 분화와 유지 등에 기여한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 단장은 “향후 10년간 심장근 재생에 알맞은 진정한 의미의 심장줄기세포를 생성하고 특성을 파악하는 기초연구와 효율적인 이식방법을 개발하는 응용연구를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단장은 기초의학 연구를 통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 중증감염에 의한 패혈증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르스와 같은 호흡기 관련 바이러스는 폐 세포와 면역세포에 심한 손상을 일으켜 패혈증에 빠졌을 때 치사율이 높다. 이 때 동시약물 치료법이 효과적인데, 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혈관내피세포를 보호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패혈증에 의한 치사율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제 최근 이러한 혈관내피세포 보호 항체를 공동연구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두철 IBS 원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수행해 질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만한 발견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IBS는 혈관연구단 출범으로 총 25개 연구단을 갖추게 됐다. 또 하반기 나노의학 연구단(단장 천진우)이 새로 설립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