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엔젤 모두 투자 거절…돈줄 마른 벤처기업

[위기의 벤처생태계]①모빌리티 서비스 A사
기업가치 지난해 160억→올해 70억 '반토막'
낮아진 가치에도 20억 자금 조달 모두 거절당해
벤처투자 2년 만에 분기 감소, 연간 역성장 예상
투자→성장→회수→재투자 벤처 선순환구조 막혀
  • 등록 2022-10-27 오후 4:45:54

    수정 2022-10-27 오후 9:29:07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모빌리티 서비스에 주력하는 A사는 지난해 한 벤처캐피탈(VC)로부터 160억원 기업가치로 매각할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A사 대표는 고심 끝에 이를 거절했다. A사 대표는 최근 모빌리티 서비스를 공식 출시한 뒤 20억원 정도 운영자금이 필요해 VC 5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모두 거절을 당했다. A사 대표는 “VC들은 기업가치를 60억∼70억원 정도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제안받은 금액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금 조달을 못했다. 최근 벤처투자가 크게 위축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벤처투자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벤처기업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고조된다.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하면서 벤처투자 역시 급속히 위축하는 분위기다. 벤처투자 위축이 벤처생태계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벤처투자는 전년 동기 2조 913억원보다 무려 40.1% 줄어든 1조 2525억원이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불어닥친 지난 2020년 2분기 이후 2년여 만에 분기 기준 역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하락세가 올 4분기에도 이어질 경우 연간 벤처투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려 14년 만에 역성장하게 된다.

이렇듯 벤처투자가 급속히 위축하면서 벤처업계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감지된다. 스마트공장 솔루션에 주력하는 B사는 관련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본금 20억원을 대부분 소진했다. B사 대표는 마케팅과 인력 충원 등 운영에 필요한 자금 2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VC 4곳을 방문했지만 허사였다. B사 대표는 “벤처업계에서 유행하는 IT(정보기술) 플랫폼이 아닌 산업용 솔루션이라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과 비교해 올해 확실히 벤처투자 자금 확보가 힘들어졌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자금 조달 난항이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듯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경우, 투자에서 성장,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벤처생태계 선순환구조가 첫 단계인 투자에서부터 막히면서 벤처업계 전반에 걸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다양한 민간자금이 벤처기업들에 유입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확대와 함께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식 벤처 대출 등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 등에 있어 벤처투자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명확한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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