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 거장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별세했다. 향년 77세.
19일 에네스쿠 페스티벌과 루푸의 에이전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외신을 통해 루푸가 17일(현지 시간) 스위스의 자택에서 지병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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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루마니아 갈라티에서 태어난 루푸는 6세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12세인 1957년에 고국에서 열린 데뷔 리사이틀에서 자작곡을 연주하며 일찌감치 재능을 드러낸 이래 전설적인 교육자들의 가르침을 받았다. 1963년 장학금으로 모스크바음악원에 들어가 음악을 공부했다. 1966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와 이듬해 루마니아 에네스코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1969년 영국 리즈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피아니스트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런던에서 첫 연주회로 극찬을 받았고 이후 유럽과 미국 등에서 연주 활동을 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루푸는 슈베르트, 베토벤, 슈만, 브람스 등 19세기 독일·오스트리아계 작곡가들에 대한 해석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6년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현대 작곡가인 야나체크와 버르토크의 연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음색과 신비로운 음악 스타일로 ‘피아노 위의 수도사’로 불리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활동했지만 ‘은둔의 피아니스트’라 불렸다. 연주 외에 인터뷰 등 다른 활동은 철저히 배제하며 자신의 모든 역량을 피아노에만 쏟아붓는 것으로 유명했다. 또한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많은 음악가의 존경을 받았다. 조성진은 루푸를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12년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독주회 및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루푸의 유일한 내한공연이었다. 2019년 은퇴를 선언한 뒤에는 관객 앞에서 연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