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질 정부 조직개편에서 통상 기능을 `되찾아 오려는 자`(외교부)와 `지키려는 자`(산업통상자원부) 간의 물밑 경쟁이 빚어낸 촌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미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달 24일 미 상무부는 이를 근거로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등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관가에서는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외교부의 행태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3일 한미 간 협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 내용을 봐도 그렇다. 그는 “미국에서 처음 (면제 대상) 리스트를 발표하기 이전부터 산업부와 상무부 간 실무진이 협의하며 조율해 왔다”며 “우리 수출통제시스템이 미국과 달라 사전 협의가 많이 필요했다”고 FDPR 면제국 포함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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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에서는 이번 일을 정부 조직 개편을 앞두고 통상 기능을 차지하려는 두 부처 간 신경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외교부의 과욕, 산업부의 견제심리가 작동해 FDPR 논란을 키웠고, 시장에 애꿎은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정부부처 간에 경쟁하는 모습으로 비쳐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부처 간 협업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정부조직 내 통상 기능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외교통상부에서 분리돼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로 이관됐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인수위 역할을 맡았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돌려 놓으려는 논의가 이뤄졌지만, 그대로 산업부에 남아 통상교섭본부로 격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