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대학입학제도 개혁안을 제안해달라며 이슈 선점에 나섰다. 앞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치원 무상급식 도입을 제안해 이슈몰이를 한 바 있는 조 교육감이 이번에는 입시 개혁을 꺼내들었다.
|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제2기 취임 3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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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조 교육감은 제2기 취임 3주년을 맞아 열린 간담회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대학입학제도와 대학서열화체제 개혁 방안’을 제안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 교육감은 “2025년은 교육정책에 있어 중요한 변화가 예고돼 있다”면서 “‘2025 교육체제’의 성공적 안착과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입제도와 대학서열화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 대통령 임기 안에 2025년이 포함돼 있다. 대학입학제도와 대학서열화체제 개혁안이 모든 후보들의 공약에 담기길 바란다”며 “대선 이후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학개혁안’이 국가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안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현행 대학체제와 입시제도는 2025년 예고된 교육체제와 양립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2025년에는 고교 서열화를 야기했던 자율형사립고, 국제고, 외국어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 이와 함께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되고 2022 개정교육과정 적용으로 서·논술형 평가 및 성취평가제가 확대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누적된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이수·운영 제도다. 그에 따른 개인 성취 수준을 절대 기준에 의해 평가하는 것이 성취평가제다. 교육계에서는 이같은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과 성적으로 줄세우는 대입 제도는 배치된다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교육부도 고교학점제 등 새로운 교육제도를 반영한 미래형 수능 및 대입 방향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조 교육감이 ‘공수처 1호 사건’과 ‘내로남불’이라는 정치적 아킬레스건을 정면 돌파하면서 반전시킬 카드로 ‘대입제도’를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조 교육감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유치원 친환경 무상급식 도입 등 11개 교육 의제를 제안해 이슈화된 바 있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들이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하고 유치원 무상급식을 교육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3선 도전에 대해 아직 명확한 거취 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교육계에서는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2014년부터 7년째 교육감직을 수행하며 인지도를 쌓아온 데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 역대 첫 ‘3선 서울시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수 있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점에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며 출마 의지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은 “조 교육감이 대입제도 개혁안을 꺼내든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크다고 본다”면서 “3선 도전을 내다보면서 포석을 깐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최근 역대 정권에서는 교육분야를 다루지 않거나 소홀히 하고 있다”며 “교육분야가 워낙 갈등이 많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자칫하면 역풍을 맞을수 있는데다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입개혁안도 이슈는 먼저 선점했을지는 몰라도 후속작업이 없다면 실효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사립대 한 교수도 “고교학점제와 대입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대학서열화까지 서울시교육청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다”라며 “공교육을 내실있게 설계할 생각을 해야지 정치적으로 이슈를 악용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