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면적의 70%가 넘는 신규 면세점 입찰이 최종 마감됐다. 국내 면세점 대기업 4사가 모두 참가한 가운데,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세계 1위 면세점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이 4개 사업권에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 도합 2만4172㎡(약 7312평) 규모의 면세점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이날 오후 마감했다.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의 70%가 넘는 규모로 이번에 사업권을 따낸 곳은 향후 10년간 운영권을 얻게 된다.
| (그래픽=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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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입찰에 부쳐진 면세구역은 △1·2구역(화장품·향수·담배·주류) △3·4구역(패션·액세서리·부티크) △5구역(럭셔리 부티크) 등이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1~5구역에 모두 참가했고 롯데는 3개구역,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개구역에 입찰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현대백화점은 주류와 담배사업권이 걸려 있는 1·2구역에 주로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CDFG는 1~4구역에 신청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은 한 회사에서 최대 2개 사업권만 낙찰이 가능해 후순위 사업자에게도 기회가 있다. 이에 따라 5개사는 접수 마감시간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많은 액수를 적어야 낙찰을 받는 만큼 임대료 ‘숫자’를 놓고 막판까지 눈치 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여행경기 활성화로 기지개를 켤 것으로 기대했던 면세점 산업은 중국 업체의 참여로 다시 위기에 직면할 조짐이다. CDFG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시기에 세계 1위 면세 사업자로 성장했다. CDFG의 매출(2021년 기준)은 104억 9000만달러(약 13조5960억원)로 2·3위인 롯데·신라면세점의 매출 합계보다 많다.
한국 면세점 산업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세계 면세시장 25.6%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격하게 업황이 악화화면서 중국에 1위를 내준 상태다.
특히 중국이 인천공항을 바탕으로 시내면세점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문제다. 코로나19 이전 면세점 사업은 인천공항점보다 시내점에서 더 많은 이익을 냈다. 업계는 중국 업체가 서울 등 시내에 진출할 시 자국 관광객을 버스로 대절해 다니면서 CDFG 면세점에서만 쇼핑하도록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관광 경기가 풀리면서 우리나라 면세 산업이 재반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 리스크가 다시 생기고 있다”면서 “한때 세계 1위를 구가했던 우리나라 면세점 산업이 중국의 침공으로 대·중소면세점 모두 경쟁력을 잃게 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