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식·K기자 합의서 갈등, 입증 쉬울까…법조계 "미궁 가능성 높아"

"서명 합의서, 위조 입증 어려워…필적감정 신뢰 낮아"
변호사들 "합의서 사실이면 책 가처분 인용 가능성↑"
신민영 변호사 "출판 자유=헌법권리, 인용 쉽지 않아"
에세이 '알코올생존자' 출간 당일 3000부 매진
  • 등록 2022-03-02 오후 4:51:14

    수정 2022-03-02 오후 5:10:26

(왼쪽부터)백윤식, 전 연인 K 기자가 출간한 에세이 ‘알코올 생존자’. (사진=이데일리DB, 출판사 서고)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두 사람의 열애 및 이별 과정이 담긴 에세이 출간을 둘러싼 백윤식과 전 연인 K 기자의 갈등이 민사를 넘어 형법 고소 맞대응으로까지 불거졌다. 먼저 K 기자가 향후 두 사람의 일을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한 8년 전 합의서의 내용 및 서명이 조작된 것이라며 백윤식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고, 백윤식 측은 이를 무고죄 혐의로 맞대응할 것임을 예고한 상황이다. 동시에 K 기자가 쓴 에세이 ‘알코올 생존자’는 백윤식 측의 책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제기로 심판대에 올랐다. 법률 전문가들은 형법 고소 및 책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치달은 두 사람의 진실공방이 쉽게 결론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서명’ 만으로 진위 판독 어려워…다른 증거 필요할 것

신민영 형법 전문 변호사는 2일 이데일리에 “K 기자가 제기한 사문서 위조 혐의 고소는 사실 여부를 가려내기 정말 쉽지 않다”며 “K 기자가 허위작성이라고 주장하는 합의서가 ‘도장’이 아닌 ‘서명’ 형태로 이루어진 경우, 진위 판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 기자의 ‘직접 서명 여부’가 사건의 쟁점이 된다면 사건 자체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부연했다.

남채은 법무법인 고운 변호사도 “서명, 날인을 본인이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했다는 점을 당사자인 K 기자가 입증해야 한다”며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예측했다.

강진석 율원 변호사 역시 “‘도장’이 아닌 ‘서명’이라 필적 감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데, K 기자가 보험 등 다른 기관에 서명한 자료들을 우선 찾아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백윤식 씨 측이 합의서에 대해 K 기자와 문자나 전화로 대화를 나눈 증거가 있지 않다면 사실 관계를 입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8년 전 합의서를 정말 작성한 게 맞는지, K 기자가 직접 서명한 게 맞는지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통상 약속 조항이 담긴 합의서의 경우는 단순히 서명만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해석을 내놨다. 서명 자체가 위조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감 증명서나 신분증 사본 등을 함께 첨부를 해서 합의서를 받는 경우가 통상적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시 첨부된 인감 증명서를 통해 발급일을 확인해 진정성을 인정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합의서가 한 쪽에 불리하게 작성된 경우는 흔치 않다”며 “합의서 내용도 함께 검토하고, 한쪽만 지나치게 유리하게 작성된 합의서라면 위조로 의심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고죄 여부는 사문서 위조 혐의가 먼저 가린 뒤 결정될 사안이라고도 말했다.

출판 자유=헌법 권리…위조 사실이면 인용 가능성↑

합의서의 진위 여부가 백윤식 측이 K 기자의 에세이를 출간한 출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책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양태정 변호사는 “K 기자가 8년 전 백윤식과 발설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게 사실로 판명되면 책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당사자 실명을 익명으로 기재했다 하더라도 책의 내용에 누가 봐도 백윤식으로 특정되는 대목이 있고, 성관계 등 노골적인 사생활 부분이 적나라하게 제시된 경우면 제재받을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고운 남채은 변호사는 “현재 사건과 관련해 드러난 정황으로는 백윤식씨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뛰어넘을 만큼 책 내용의 공익성이 우월해 보이지 않아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 기자가 백윤식씨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만한 특별한 공공의 이익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가처분 심의에 중요히 작용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반면 신민영 변호사는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신 변호사는 “언론 출판의 자유는 핵심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헌법상의 권리”라며 “사전에 책 판매를 차단하는 건 원칙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출판된 후 민감한 부분이 있을 때 추후 민사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될 대목을 삭제하라 요청할 순 있겠지만, 사전에 막는 건 헌법상으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K 기자가 익명으로 백윤식 관련 내용을 기재했지만, 다만 이미 온국민이 익명의 당사자가 백윤식인 걸 알아버린 상황이기에 법원이 이를 명예훼손으로 인정해줄 가능성은 있다고 부연했다. 사문서 위조 혐의 성립 여부는 민법과 별개의 문제이기에 책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백윤식의 소속사 판타지오는 공식입장을 통해 “백윤식과 과거 연인관계였던 K기자가 최근 백윤식과의 교제 당시 있었던 일들을 공개하는 책을 일방적으로 출간하고, 그 과정에서 백윤식을 형사고소까지 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에 당사는 K기자가 출간하려는 책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출판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황이고, K기자의 형사고소에 대해선 금주 중 무고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K기자는 8년 전 이루어졌던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해 백윤식과 관련된 내용의 책을 출간하고 K기자 본인이 직접 서명한 합의서의 존재를 부인하며 형사고소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두 사람은 당시 원만히 합의했고, K기자는 당시 합의서에 직접 서명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K 기자는 최근 백윤식을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혐의로 서울 방배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백윤식 씨에게 통보된 게 지난달 28일로 고소인 조사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K씨는 백윤식이 지난 2013년 자신과 결별한 후 소송 취하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동의 없이 발설 금지 조항이 담긴 합의서를 허위 작성했다는 이유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K씨는 9년 전 백윤식과의 교제 및 이별 과정,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집 ‘알코올생존자’를 출간한다고 밝혀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판타지오는 K씨를 상대로 책 출판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지난 28일 심문을 받았다. 당초 28일 공개 예정이었던 K씨의 책 ‘알코올 생존자’는 이 여파로 출간을 2일로 미뤘고, 논란 속에서도 출간 당일인 오늘 초판 3000부가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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