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부종은 림프계가 림프를 적절히 배출하지 못해 피부 밑에 고여 부기가 심각한 상태를 말한다. 림프계의 과소발달로 유발되는 원발성 림프부종과 림프계의 폐색에 의해 유발되는 속발성 림프부종이 있다. 암 수술 후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속발성이다.
암세포가 림프관을 타고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이미 전이된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암수술 때 림프절을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은 겨드랑이,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난소암 등은 사타구니 림프절의 일부 혹은 전부를 함께 없앤다. 이 때문에 수술 후 림프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림프부종이 나타난다.
유방암 수술 후 환자의 20~40%가량은 팔이, 여성암 수술 후 50%가량은 다리가 붓는 림프부종을 겪는다. 수술 후 진행되는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항호르몬요법, 표적치료 등도 림프부종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림프(lymph) 혹은 림프액은 혈액처럼 온 몸을 흐르며 각종 신체 기관의 활동에 관여하는 액체다. 혈액은 동맥에서 모세혈관을 거쳐 정맥으로 순환하고 일부는 세포 사이 공간에 남게 되는데 이를 사이질액(interstitial fluid), 간질액, 조직액 등으로 부른다. 이 액체 성분이 림프관에 모여 조직액과 섞이면 림프가 된다. 이 간질액은 혈액량의 3배 이상이다.
림프는 주로 조직과 장기의 노폐물을 여과하고, 세균을 공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림프액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않거나, 여과되지 않으면 노폐물이 체내에 쌓여 팔다리에 부종이 생기다.
초기에는 육안으로 관찰이 어렵고 자각 증상도 거의 없다가 옷이 끼거나 팔다리가 무겁고, 화끈거리거나 쑤시는 게 느껴진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육안으로 보일 만큼 부기가 관찰되며 피부도 두꺼워진다. 나중에는 피부가 딱딱해지면서 피부 보호막 기능이 저하돼 염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경우에 따라 피부가 갈라지면서 림프액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심영기 원장은 “림프부종은 아침에는 부종 증상이 나아지고 저녁에 심해지는 게 특징”이라며 “부종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러서 쑥 들어가거나, 팔·다리가 당기면서 아픈 증상, 피부에서 열이 나고 붉고 거칠어지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부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림프학회에서는 림프부종의 단계를 0~3기의 총 4단계로 분류한다. 0기는 잠복기로 림프액의 이동 능력이 감소하고 조직의 변화가 미묘하게 생긴 상태다. 1기는 부종이 보이고 이 부위를 올리면 부종이 사라지지만 손가락으로 누르면 움푹 들어가거나 양말 자국이 심하게 남는 함요부종이 나타난다. 2기는 부종 부위를 올려도 함요부종이 사라지지 않고 보인다.
또 3기는 부종 부위에 지방이 쌓이고 섬유화가 진행돼 피부 변화와 함께 사마귀 모양의 과성장, 림프액이 정체돼 다리가 심하게 붓는 코끼리 피부처럼 변하는 상피증(象皮症) 등이 생긴다. 심 원장은 “부종 내에 림프액이 고인 것들이 염증을 자주 일으켜 섬유화 등 피부 변성이 일어나면 드물게는 피부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혈관 안에 차있는 림프찌꺼기인 림프슬러지를 빨아들이는 림프흡입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림프 슬러지를 녹여 밖으로 배출시킨 뒤 림프액이 고이지 않도록 순환시킨다.
최근에는 림프흡입술과 조직재생주사를 병행하는 복합적 침습치료술도 개발됐다. 림프흡입술 후 환부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림프관의 세포재생을 촉진한다. 저하된 림프관 기능을 개선해 증상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재발 위험도 낮다.
전문가들은 암 수술 후 적절한 관리로 부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심영기 원장은 “조이는 옷이나 액세서리, 뜨거운 물 샤워, 차가운 공기 노출 등은 부종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물을 적절히 섭취하고 가벼운 운동으로 림프순환을 돕고, 의심 증상이 보이면 빠른 기간 안에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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