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러시아 정보당국으로부터 간첩혐의를 받고 구금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러시아 법원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석방을 요구했지만 기각됐다.
| 월스트리트저널(WSJ) 모스크바지국 소속의 미국 국적 에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사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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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이하 현지시간) AFP 및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반 게르시고비치 WSJ 모스크바지국 특파원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법원에서 열린 미결 구금 결정에 대한 항소심에 출석했다.
앞서 게르시고비치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러시아의 용병집단인 와그너그룹을 취재하던 도중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으로부터 구금됐다. 당시 FSB는 “게르시고비치가 미국 측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군수산업단지 내 기업 한 곳의 활동에 대한 국가기밀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며 “미국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의심 받는 게르시코비치의 불법 활동을 중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국적의 기자가 러시아에서 체포돼 구금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WSJ는 물론 미국 정부도 나서 ‘부당한 억류’라고 항의하고 나섰지만 이날 러시아 법원은 게르시고비치 기자의 항소를 기각하고 석방을 불허했다.
재판부는 “구금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이에 따라 게르시고비치 기자는 최소 다음달 29일까지 현재 수감된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머무르게 됐다.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20년의 중형이 나올 수 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미국 시민인 WSJ 기자에 대한 러시아의 용납할 수 없는 구금과 관련해 미국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외무부 성명을 통해 “에반 게르슈코비치는 기자로 가장해 국가기밀 데이터에 해당하는 비밀 정보를 수집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며 “불법 행위에 따라 그의 운명은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