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호실적도, 눈물의 호소도 안 통했다. 엔데믹 효과에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0% 늘어났고 “
하이브(352820)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반대한다”며 이례적으로 공시를 낸 데다 유튜브와 보도자료까지 활용하면서 전방위적 방어에 나섰지만,
에스엠(041510) 주가는 20일 하락 마감했다. 에스엠과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주주환원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그간 에스엠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막상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데 대한 실망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 [이데일리 조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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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8300원(6.38%) 하락한 12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에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고 16일 13만190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2만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이브의 인수를 막기 위한 전방위적 방어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한 모습이다. 이날 에스엠은 ‘의견표명서’라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공시를 했다. 개장 직후인 오전 9시2분 에스엠은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 표명서’에서 하이브가 에스엠 다수 지분을 확보하면 에스엠 미래 전략을 추진하는 데 발목이 잡히고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들도 뒷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도 ‘에스엠이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한글과 영문 동영상 두 편을 공개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도 안 통했다. 이날 에스엠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18% 증가한 256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도 70% 늘어난 252억원이었다. 엔데믹 효과에 국내외 콘서트를 총 35회 진행하는 등 콘서트와 MD, 출연이 대폭 증가한 영향이다. 팬미팅과 관련한 자회사가 외형적 성장을 기록한 점도 호조를 이끌었다.
눈물의 호소와 호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한 건 “공개매수가 인상은 없다”는 하이브의 입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035720)가 맞불 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으니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전날 하이브는 주당 12만원 조건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공개매수가 종료될 때까지 하이브가 12만원에서 더 올릴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 주가는 12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무엇보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주주환원을 늘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간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에스엠과 하이브가 경쟁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가 에스엠 주가를 띄운 측면이 있었지만, 막상 이날 에스엠 발표에 주주환원 확대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이 빠져 있다는 점이 실망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에스엠 공시는 상당 부분이 위기를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하이브의 적대적 M&A가 주주와 케이팝 팬들, 나아가 케이팝 시장 전체에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설명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장철혁 에스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출연한 영상에서도 하이브가 지금까지 콘서트 티켓 값을 두 배가량 올려 와 논란이 됐으며 에스엠을 인수하면 티켓값 인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담겨 있었다.특히 실적 발표 후 기업설명회(IR)에서도 주주환원 확대와 관한 구체적 방안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엠은 이날 IR에서 주주환원 방안에 대해 추후 발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 방안이 발표될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결국 IR에선 이 같은 내용이 빠진 것이다.
한편 에스엠은 이번 주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IR에서 발표했다. 발표 내용엔 카카오와의 시너지 창출 방법과 향후 사업의 방향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엠 3.0’의 후속 전략도 오는 21일과 23일에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