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효과 톡톡히 본 국민연금…'킹달러' 끝나면 수익률은

치솟는 달러, 국민연금 수익률도 '방어'
해외주식·대체투자 수혜
해외IB "달러가치, 1년 후 하락"
국민연금 수익률에 짐 될 가능성도
  • 등록 2022-09-05 오후 8:15:05

    수정 2022-09-05 오후 7:14:55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달러 가치가 앞으로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이 거의 고점에 다달았다는 분석에서다.

국민연금은 해외자산 투자시 환헤지를 안한 덕에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익을 쏠쏠하게 누렸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후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추가 상승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해외자산 수익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치솟는 달러, 국민연금 수익률도 ‘방어’…해외주식·대체투자 수혜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37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4월 1일(장중 고가 1392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8.96% 오른 데 이어 올 들어 6월 말까지 9.06% 추가 상승했다.

이처럼 ‘슈퍼 달러’가 이어지자 국민연금기금 투자수익률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100% 환오픈 정책’을 실시한 덕분에 달러로 투자한 해외자산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환차익이 발생해서다.

올해 주식, 채권이 동반 급락하는 위기 상황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해외자산의 원화환산이익은 기금 수익률 방어에 크게 기여했다.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힘입어 해외자산 전체의 원화기준 수익률이 작년 말 10.31%포인트(p)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자료=2021년도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평가(안))
각 자산군 중 원화환산 효과가 가장 컸던 부문은 해외주식(10.67%p)과 대체투자(10.36%p)였다. 국민연금기금 해외주식에서 북미 비중은 작년 말 기준 64.9%로 절반 이상이다.

대체투자는 △멀티에셋 △부동산 △사모투자 △인프라투자 등으로 구성됐는데, 각 부문의 통화별 비중을 보면 달러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달러 가치가 오를 경우 환차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예컨대 부동산투자 관련 통계치를 보면 작년 말 기준 달러투자 금액(18조246억원)은 전체 부동산 투자금액의 67.7%를 차지한다.

사모투자는 사모(92.1%)와 헤지펀드(7.9%) 부문으로 이뤄진다. 사모 부문에서는 달러 투자금액(19조5025억원) 비중이 76.8%, 헤지펀드에선 달러 투자금액(2조9763억원) 비중이 100%다.

인프라 부문은 달러 투자금액(13조3530억원) 비중이 65.6%를 차지한다. 멀티에셋의 경우 미주 지역 투자금액(9922억원)이 전체 멀티에셋 투자금의 55.3%에 이른다.

이에 따라 대체투자는 지난 6월 말 기준 연초대비 수익률 7.2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19.58%), 해외주식(-12.59%), 국내채권(-5.80%), 해외채권(-1.55%) 수익률과 달리 유일하게 ‘플러스’ 수치다.

국민연금 6월 운용수익률 설명자료를 보면 “대체투자자산 수익률은 대부분 이자·배당수익 및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이익으로 인한 것”이라며 “연도 말 기준 연 1회 공정가치 평가를 하므로 연중 수익률은 공정가치 평가액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고 적혀 있다.

해외IB “달러가치, 1년 후 하락”…국민연금 수익률 하락 가능성

하지만 장중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370원을 돌파한 만큼 이제 오를만큼 올랐다는 분석도 슬슬 나온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민연금 수익률에 플러스가 됐던 환차익이 신규 투자분의 경우 환손실로 돌아설 수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1년 후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해외 IB들의 환율전망 평균치를 보면 12개월 후 달러·엔 전망치는 127.67엔, 유로·달러 전망치는 1.0611달러다.

(자료=국제금융센터)
지난달 26일 기준 달러·엔 환율(137.64엔)과 유로·달러 환율(0.9966달러)와 비교하면 12개월 후 달러 가치가 다소 하락할 것이라는 뜻이다.

환율전망에 참여한 IB들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바클레이즈, BNP파리바,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노무라, 스탠다드차타드, UBS다.

환헤지를 하지 않고 투자하면 자산가치 변동 뿐만 아니라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된다. 현재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에 환헤지를 하지 않고 있는 만큼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자산 수익률에도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연금이 새로 달러를 사서 해외에 투자할 경우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 사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환손실 위험이 높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주식·채권시장 변동성이 큰 가운데 연말 대체투자자산에 공정가치평가가 이뤄지고, 추후 환차손까지 발생할 경우 수익률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오는 2030년대 초까지로 예상되는 기금 성장기에는 현행 ‘환오픈’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0~2021년까지 환 효과를 분석한 결과, 기금 전체로는 100% 환오픈 전략이 가장 효과이라는 이유에서다.

2021년도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평가(안)에 따르면 분석 기간(2010~2021년) 동안 국민연금기금의 환 효과는 연간 등 단기적으로는 매우 커 보였지만, 12년에 걸친 장기 환 효과는 모든 자산군에서 현격히 축소됐다. 특히 국내 자산군까지 고려한 기금 전체 포트폴리오를 보면 환 헤지에 따른 위험감소 효과, 수익률 증대 효과가 모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현재의 미국 고물가가 장기화되면 한미간 금리 역전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스왑레이트가 음(-)의 값으로 전환될 수 있어 환헤지 시행 시 추가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 측 분석이다. 스왑레이트(Swap Rate)란 선물 환율에서 현물 환율을 뺀 스왑포인트를 현재 환율로 나눈 값으로 달러 자금시장 상황을 나타내준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국내에 달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 환율 수준에서 더 오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370원도 돌파한 만큼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며 “달러가 역사적 고점일 수도 있는 현 상황에서 환헤지 없이 투자하면 외환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수익률 변동성 축소에 방점을 두고 일부 환헤지를 하고 있다”며 “전체 환노출(외환 익스포저) 규모의 +5% 또는 -5% 이내에서 전술적 환헤지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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