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끝 모를 대치, 해결책 없나

박주선, 우수 검인정 도서제 중재안 제시… 신기남, 소홀했거나 과도한 부분 검정기준에 반영
정병국, 모델 교과서 만든 후 국정화 여부 결정… 여야, 정기국회 파행 피할 절충점 찾을지 관심
  • 등록 2015-10-29 오후 5:27:12

    수정 2015-10-29 오후 5:49:22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틀째 국정교과서 문제로 파행을 겪었다.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 선거제도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하는 3+3 회의가 청와대 5자 회동 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로 인해 국회 의사일정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그마나 정치권 일부에서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여야가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사교과서 문제를 풀 중재안이나 절충안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박주선 무소속 의원은 28일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대신 검인정 체제를 강화하든지 우수 검인정 도서제를 도입할 것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민생을 볼모로 한 이념전쟁을 이제 중단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와 끝없는 투쟁을 끝내야 한다”며 “행정부·입법부·사법부 등 3부가 추천하는 전문가들로 우수 검인정 도서 선정위원회를 구성, 기준을 통과한 교과서 중에서 다시 우수 검인정 도서를 선정하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 “정부가 우수 교과서라고 인정하면 편향된 교과서 시정 가능” = 검인정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검인정의 기준과 절차를 강화하고 그 중에서도 좋은 제품에 대해서는 KS마크를 주는 것처럼, 정부가 우수 교과서라고 인정하면 학교 현장에서 채택될 확률이 높아 국정화하지 않더라도 정부에서 우려하는 편향된 교과서의 문제점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진인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28일 여야가 함께 ‘검인정 국사교과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국민들과 역사학자들의 여론을 광범위하게 듣고 공개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신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여당이 검인정 국사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공개 검증하자. 그래서 소홀히 다뤘거나, 과도하게 다룬 부분이 있으면 서로 합의하에 집필 기준, 검정 기준에 반영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근현대사를 결코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일제 식민지, 분단, 한국 전쟁, 독재라는 질곡을 이겨내고 산업화, 민주화를 이뤄낸 근현대사를 갖고 있다. 우수한 저력을 갖고 있는 민족이다. 있는 사실을 미화할 것도 왜곡할 것도 없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현행 검인정 교과서에 문제가 없고 국정화 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로 변질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과는 다른 얘기다.

문재인 대표도 29일 민생과 경제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야권 내부의 기류를 의식해,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백지상태서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역사학계와 교육계 등 전문가들과 교육주체들이 두루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발행체제 전반을 검토하고 논의해보자”며 “여기서 현행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충분히 검증하고 검인정 제도를 발전시키는 방안과 대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절차를 일단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국정화 확정고시 절차가 중단되지 않으면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야가 한발씩 양보하자는 것이나, 조건이 서로 맞물려 있어 국정화 문제 해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 “어떻게 바로잡을 건지 본질 얘기 안하고 수단 가지고 싸워” =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은 문 대표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교과서 문제를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고 와 정쟁을 지속시키겠다는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며 사회적 기구 구성을 거절했다.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야당도 그렇고 여당도 그렇고 처음부터 정치적 접근을 하면서 이게 너무 극단적으로 가고 있다. 역사가 왜곡되고 편협된 부분을 어떻게 바로잡을 건가 본질을 가지고 얘기해야 하는데 (여야가) 수단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안으로 교육부가 다른 검인정 교과서의 모델이 될 교과서를 만든 후 이를 검인정으로 할지, 국정으로 할지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정 의원은 “일단은 국정화라는 이름을 붙이지 말라는 거다. 최소한 기존 나와 있는 검인정 교과서의 어떤 부분들이 문제점이다. 이런 부분들은 이렇게 바로잡겠다고 제시하고, (모델이 될) 교과서가 만들어지면 검인정으로 하든 국정으로 하든 (국민들의) 공감대 만들어진 쪽으로 가면 될 것 아니냐. 역사를 바로잡자는 게, 국민이 분열되고 갈등을 이런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수단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면 되느냐. 앞뒤가 안 맞는 거고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가 만든 역사교과서가 기존 검인정 교과서와의 경쟁에서 이겨 학부모들에게 인정 받으면 국정 교과서로 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검인정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야 내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인한 극단적 대립을 우려하는 소리들이 적지 않은 만큼, 결국 여여가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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