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 출시회가 열린 지난 26일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 1년6개월 만에 신차 발표회에 참석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시종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외빈들을 맞으며 신형 제네시스를 소개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관·언론계는 물론 정 회장의 맏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캐피탈 고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부인 정지선씨까지 평소 한 자리에서 볼 수 없던 직계가족들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제네시스 신형 모델에 쏟는 현대차의 의지와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제철이 개발한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하는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한 프리미엄 세단”이라며 “세계적인 명차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비슷한 시간대에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부지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현대그린파워 발전소 공사현장에서 가스배관을 점검하던 노동자 9명이 고로가스에 누출돼 8명이 중상을 입고 1명이 사망한 것. 제네시스 신차 발표를 앞둔 지난 23일 정 회장이 직접 당진공장을 찾아 고급차에 들어갈 강판을 제대로 만들어달라며 현대제철 직원들을 격려하고 간 뒤여서 제철소내 공기가 싸늘해 졌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대제철이 내놓은 설명은 이렇다. 현대그린파워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지만, 건설이나 운영 유지 보수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험물질을 많이 취급하는 제철소 내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자칫 대형사고가 번질 수 있다. 경찰은 이번 가스누출사고가 현장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라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잡고 있다. 사상자 9명 중 단 한 명도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가스경보기를 착용한 인부도 3명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선 지난 1년여간 8번 안전사고가 났다. 작년 4분기에만 5명이 사망했고 올해 아르곤가스 노출로 5명이 사망하는 등 불상사가 일어났었다. 현대제철보다 규모가 큰 포스코엔 같은 기간 1건(부상자)의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동반상생’을 강조하면서 1·2차 협력업체들에 경영 노하우나 안전시스템, 고급기술까지 공유하는 이유가 단순히 ‘나눔과 봉사’를 위한 것은 아니다. 세계 명차와 당당히 겨눌 수 있는 자신감의 시작은 안전의식부터다. 내 책임은 아니라고 손사례를 칠 게 아니라 왜 안전 사고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점검,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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