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이 어느 국가를 우선 대상으로 삼을지, 또 어느 수준의 강도로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대대적인 통상정책 변화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을 시작했을 때처럼 전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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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가 보편 관세 적용 범위를 일부 중요 품목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기존 예고대로 관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 날 모든 국가·지역의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10% 관세를 더 물릴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는 또 대선 캠페인 기간 중국산 수입품엔 60~100%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관세는 트럼프 당선인이 2016년 미 대선 때부터 구축해온 경제 프레임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마가) 또는 ‘마가노믹스’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관세가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되돌려 다시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달 NBC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이미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멕시코는 현재 미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 및 마약 단속을 강화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미국에서 추방될 불법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신규 수용시설도 준비했다. 캐나다에선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세 협상 실패 책임을 지고 이날 사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한국과 일본 등을 관세로 압박하며 자유무역협상(FTA) 재협상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2기에서는 더 많은 국가를 상대로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부과할 때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인지와 관련해 논란이 있다. 미 헌법 1조 8항에서 관세 부과·징수 및 외국과의 상거래 규제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당시를 되돌아보면 행정명령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1962년 제정된 무역확대법 232조에 근거해 의결을 피했다. 무역확대법 232조는 미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입품과 관련, 대통령에게 관세 조정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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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의견도 많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대중 관세 60%·보편 관세 10% 부과시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부터 2034년까지 0.6% 감소하겠지만, 같은 기간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2조 7000억달러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인플레이션은 2026년 1% 상승 이후엔 추가적인 상당한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금융학 교수는 포린 어페어스 칼럼에서 “오늘날 높은 소비의 미 경제는 1930년대 재앙적 관세로 무너졌던 경제와 다르다”며 “미국의 고용과 임금이 늘어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는 중국의 글로벌 입지를 축소하겠다는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대중 관세 60%·보편 관세 10% 시나리오에서 중국의 실질 GDP가 작년 4.7%에서 올해 3.4%로 급감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2030년엔 3%를 밑돌고 2035년에는 1.8%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협상 통보 등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압박을 강화한 것은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산업연구원은 20% 관세 부과시 반도체 수출이 8.3%, 자동차 수출이 13.6% 각각 줄어들 것으로 봤다. 전체 대미 수출도 13.1%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