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 이후 발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과 기자 간담회에서 드러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금통위의 현 입장을 정리하면 이와 같다.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부터 12회 연속, 1년6개월째 기준금리를 한 자리에 묶어뒀지만 스탠스는 기존과 사뭇 달랐다. 그동안 긴축 정책을 유지해 온 한은 통화정책 기조에 ‘변곡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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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도 안 켰다”→“차선 변경할 준비”
이 총재는 “지난 5월에는 (차선 변경) 깜박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인하 준비를 위해서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고 말씀드린 바가 있다”며 “현 상황은 물가상승률 안정 추세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금통위 직후 발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도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 들어 처음으로 “금리인하 시기 검토”가 명시됐다.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새롭게 도입한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적 안내)인 이른바 ‘K-점도표’를 통해서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수준과 관련해서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분 중 네 분은 3개월 후에도 3.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내셨고, 나머지 두 분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된다는 의견”이라고 소개했다.
이 총재는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 유지 견해를 낸 4명의 위원에 대해서도 “포워드 가이던스는 조건부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안 바꾼다는 뜻이 아니다. 현시점의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봤을 때는 앞으로 3개월은 3.5%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라는 견해”라며 “8월이나 9월 데이터가 나오면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또 바뀔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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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발목 잡는 3가지 ‘전방위험’
이 총재는 디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추세에 대한 자신감을 비쳤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내 물가는 완만한 소비 회복세와 지난해 급등한 국제유가·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상승률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소비자 물가)연간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 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근원물가 연간 상승률은 당초 전망치인 2.2%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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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8월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각이 꺾이는 분위기다.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불균형 리스크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중론은 8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온 뒤 10월이나 11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시나리오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8월22일, 10월11일, 11월28일 총 세 번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 급증이 장애물로 등장했다”며 “이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지역 주택가격을 보면 최근들어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선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이번 금통위에 대해 금리 인하를 위한 명분을 쌓는 이른바 ‘빌드업’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이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명분으로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인하 여건이 갖춰졌다며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