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도 없는데…' 떠나는 전임의 확산

■의·정 갈등 속 커지는 의료 공백
조선대병원 전임의 14명 12명 계약포기
전남대병원도 52명 중 21명 계약 안해
정부, 장기전 대비..1000억원가량 예비비 편성
  • 등록 2024-03-04 오후 5:57:08

    수정 2024-03-04 오후 7:13:19

[이데일리 함지현 이영민 기자] “전공의가 전혀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의 집단행동이 3주차에 접어들면서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임의(펠로우)마저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당장은 지방 소재 병원 소속 전임의들이 임용계약을 포기하고 있지만 향후 수도권으로 확산될 경우 진료 차질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병원별 대체인력 채용 등을 위해 1000억원대 수준의 예비비를 편성하는 한편 응급환자 이송·치료를 위한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을 전면 운영키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정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8945명(2월 29일 오전 11시 기준)중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696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마지노선 제시에도 현장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근무지 이탈이 명확히 확인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은 불가역적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이 불가피하다”며 “이 처분을 받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늦춰지고 앞으로 각종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만 행정력 한계와 의료공백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처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의-정 갈등이 격화하면서 의료 현장에선 전임의들의 임용 계약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만 전임의·수련의 170명이 임용 계약을 포기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전임의 임용 대상자 14명 중 12명이 계약을 포기했다”며 “여기에 수련의 36명도 임용을 포기해 진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도 “전임의 임용 대상자 52명 중 21명이 계약을 포기했다”며 “3월부터 근무 예정인 수련의(인턴) 101명도 임용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4일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손 부족에 따른 의료 공백이 가시화하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이날 의료계 집단행동의 장기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전임의 감소 규모를 모니터링하는 한편 1000억원가량의 예비비를 편성키로 했다. 구체적인 예비비 금액과 내용은 오는 6일 국무회의서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이날부터 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4개 권역을 대상으로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을 운영키로 했다. 응급환자를 적정 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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