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울리는 '쪼개기 상장' 막는다…주주보호 미흡 땐 상장 제한

금융위·금감원·거래소 등 참여 TF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인식
기존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키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
  • 등록 2022-07-14 오후 6:04:12

    수정 2022-07-14 오후 9:40:12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정부가 핵심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재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나선 기업에 대해 공시 의무와 상장 심사 요건을 강화한다.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과 신주 우선배정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시 의무 강화·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추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주주보호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자본시장연구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는 14일 이같은 내용의 안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TF의 주주보호 안에 시장 의견을 수렴해 법규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주주보호 제도화를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주주보호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중복 상장 때는 주주보호 노력을 심사해 상장을 제한하고,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 대해선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엑시트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배정하는 문제는 추후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TF는 먼저 상법 개정을 통해 모든 상장 및 비상장 기업 물적분할 시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다만 상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상장기업만이라도 물적분할 시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기업공시 체계에 자회사 상장과 기업구조 개편 계획 의무를 적용하는 내용도 제시했다.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기업 가운데 자회사 상장 계획을 물적분할 공시에 밝힌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 주요사항보고서에 회사 구조 개편 계획과 주주보호 방안을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장법인이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가 5년 이내에 상장을 신청할 경우 주주보호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다. 주주보호정책을 공시하지 않았거나 공시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일반주주의 제기 사항을 합리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경우 재상장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남길남 자본연 연구위원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심사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물적분할을 완료한 기업에 대해서도 조항을 적용하되, 매각 등으로 모회사가 변경됐을 경우에는 제외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지금 개선 않으면 후대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

정부가 쪼개기 상장에 제동을 건 이유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LG화학(051910)이 핵심 사업부인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하면서 기존 LG화학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DB하이텍(000990) 역시 최근 반도체 설계 사업을 분할한다는 소식을 전해지자 주가가 하루만에 15.7%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을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올해 초에도 일부 기업이 성장성이 높은 주요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단기간 내 상장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사회적 이슈로 제기된 바 있다”며 “우리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지표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서도 낮다는 사실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지금 개선하지 않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 후대에도 계속 이어지는 용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신주 우선배정을 의무화할지에 대해선 추후 더 검토하기로 했다. 이봉헌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본부장은 “모회사 주주에 신주를 우선배정하면 모회사 주가의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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