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이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의 오찬 회동이 전격 연기되면서 차기 정부로의 정권 이양이 첫 걸음부터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사실상 `신(新)권력`과 `구(舊)권력`이 충돌하는 양상이어서 윤 당선인이 공언했던 협치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등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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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20대 대선 일주일 만인 16일 정오 쯤 청와대에서 만나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찬 4시간을 앞두고 양 측은 나란히 입장문을 통해 연기를 발표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 일정을 다시 잡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실무자 차원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지만,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하는 걸 양해해 달라”면서 말을 아꼈다.
또한 김 대변인은 연기 요청을 어느 쪽에서 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상호 실무 차원에서 조율하면서 나온 결과라, 어느 한 쪽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지만, 협의는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다.
양 측은 정권 인수·인계 방안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응,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 등 국정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회동에서 같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던 현 정권의 공공기관장과 한국은행 총재 등 인사권 문제나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등 첨예하게 입장이 엇갈린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회동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도 김오수 검찰총장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한 중도 사퇴 종용에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총장 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선 후보 시절 누누이 국민 통합과 여야 협치를 강조해 온 윤 당선인이지만, 인수위 과정부터 현 정권과 잡음이 일어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