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보이고 피범벅… 보상 능력 없다는 개물림 가해자 만나보니

  • 등록 2021-11-15 오후 4:03:08

    수정 2021-11-16 오전 9:26:34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개물림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 견주는 기초생활수급자라 피해보상이 어렵다고 한다”라며 사고 한 달이 넘어가도록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9월 30일 A씨가 개에 물린 직후 촬영한 사진. (사진=A씨 제공)
피해자인 30대 여성 A씨는 1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월 30일 오전 10시쯤 평소 자주 이용하던 반려견 놀이터를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라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반려견 놀이터에 도착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개물림 사고를 당했다. 놀이터 인근에 목줄 없이 방치된 개 한 마리는 A씨와 A씨의 반려견을 발견하자마자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이 개는 인근에 거주하던 60대 남성 B씨가 기르던 개였다.

(사진=A씨 제공)
A씨는 이 사고로 발목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하게 다쳐 봉합 수술을 받았고 8일간 입원을 하게 됐다. 또 A씨의 반려견도 함께 다쳐 상처를 입었다. A씨는 현재 퇴원은 했지만, 사고로 발목 신경이 손상돼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불행 중 다행으로 병원에서는 동맥이나 중요 부위의 부상은 없었으나 신경선이 지나가는 자리를 물려 신경이 손상됐다고 했다”라며 “개에게 물려 수술을 받은 부위 외에 발가락부터 정강이까지 붓고 멍들었으며 감각 또한 온전치 못하다”라고 토로했다.

(사진=A씨 제공)
이어 “병원에서 신경 손상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고 했다”라며 “흉터가 커서 흉터 제거도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다친 것도 억울하지만 제일 답답했던 부분은 가해 견주의 태도였다고 했다.

A씨는 “가해 견주 B씨는 사고 당시 ‘죽을죄를 지었다’라며 치료에만 전념하라고 했고, 퇴원 후 만났을 때도 천천히 상처가 다 아물고 마음이 편해지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하더라”라며 “그런데 이후 만남에서 태도가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B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 한 달에 50만 원 정도밖에 못 받고 생활하고 있다고 (치료비 등을) 못 주겠다고 했다”며 “사건 이후 노원구청에서도 여러 번 전화 오고 머리가 아파 죽겠다면서 저한테 막 하소연을 하더라”라고 주장했다.

이에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접수한 상태다.

A씨는 “아이들과 반려견들이 오는 반려견 놀이터에서 목줄 없이 그렇게 풀어놨다는 것은 살인사건이나 마찬가지”라며 “본인 반려견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견주에게 책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임지지 못할 거면 키우지 말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개물림 사고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도 처벌이 약하다”며 “사람을 다치게 하고 ‘미안하다. 죽을죄를 지었다. 그런데 나는 능력이 안돼서 보상할 수 없다’ 하면 끝이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가족들은 제가 이 일로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걱정돼서 하는 말로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잊으라고 한다”라며 “법이 피해자를 위한 건지 가해자를 위한 건지 모르겠고, 강력한 법과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A씨를 물었던 개 모습 (사진=B씨 제공)
이에 대해 가해 견주 B씨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잘못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평소에는 개를 묶어두는데 그날 개가 밥 먹는 동안에 잠깐 풀어줬다가 사고가 났다”라고 해명했다.

B씨는 “사고 당시 119에 직접 연락하고 A씨에 대한 응급 처치를 끝까지 도왔다”라며 “언론에서 과장 보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보상에 대해서도 능력이 되는 한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고 밝혔다.

B씨는 “당뇨합병증으로 발가락 3개를 절단해 현재는 일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기초생활수급비 50만 원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족하지만 매달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천천히 치료비를 보상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만 B씨의 해명과는 달리 A씨의 입장은 달랐다. A씨는 B씨가 계속 말을 바꾸며 자신은 들어본 적도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언론에서 과장 보도를 하고 있으며 다달이 치료비를 보상해주겠다는 B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형사 고소 이후 B씨에게선 연락 한 통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달 8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며, B씨에게 과실치상 또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물보호법에선 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 불테리어·로트와일러 등 5종류와 그 잡종의 개를 맹견으로 분류한다. 법에 명시된 맹견 주인은 개에 입마개와 목줄을 채울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해 누군가를 다치게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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