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유호빈 기자=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 판매 호조로 국산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에 이어 3위를 지키던 쌍용자동차에 빨간 불이 켜졌다. 판매 감소 속에 재고 물량이 5000대를 넘기면서 일부 조립라인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여러 번 위기를 맞았다. 단조로운 모델 라인업으로 한 두 차종 판매가 부진하면 곧바로 경영위기로 연결되곤 했다.
1999년 대우자동차,2005년 중국 상하이차,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까지 주인이 여러번 바뀌었다. 마힌드라 인수 이후 안정을 찾아가는 듯 싶었지만 고질적인 2,3개 차종에 의존하는 모델 라인업으로 한계에 부딪힌 모양새다.
쌍용차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하면서 소형 SUV 바람을 일으키며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라인업 정리로 같은 플랫폼으로 20년 가까이 팔아온 체어맨을 정리하고 대형 고급SUV G4 렉스턴을 출시하고 파생모델 렉스턴 스포츠까지 더하면서 국내 유일 픽업트럽 시장을 개척해나갔다. 올해는 신형 코란도를 출시하고 높은 수준의 주행보조 시스템을 추가해 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 이외에 현재 모델 라인업은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팰리세이드 밀려 구형이 되어 버린 G4 렉스턴,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사골 코란도 투리스모가 가장 큰 문데다. 여기에다 올해 초 야심차게 내놓은 뉴 코란도의 부진이 결정타다.
여기에 골리앗 현대기아차의 신차 전략이 쌍용차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G4렉스턴을 대응하기 위해서 현대자동차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출시했다. 고급진 실내디자인과 넓은 실내공간, 따라올 수 없는 현대차의 편의장비를 자랑하며 현대차의 최고 인기차량으로 등극한 팰리세이드는 G4렉스턴을 완전이 구형차로 만들었다. 월 1000대 판매가 힘에 부친 상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3분기에는 기아차 모하비 마스터피스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미국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텔루라이드 출시도 예정된다. G4렉스턴의 앞길은 어둡기만 하다.
코란도는 쌍용차가 야심차게 발표한 신작이었다. 기존 코란도c와는 전혀 다른 디자인, 현대차에 버금가는 실내 편의장비, 현대기아차 이외에는 보기 힘들었던 꽤나 높은 수준의 주행보조 시스템까지 추가하며 티볼리 이외에도 쌍용을 이끌 목적으로 많은 개발비까지 투자하며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티볼리와 흡사한 디자인으로 '중볼리'라는 별명이 생기고, 소형 SUV의 강세로 준중형 SUV 시장 자체가 너무 줄어들어 쌍용의 희망은 저버리고 말았다. 판매량을 본다면 G4 렉스턴보다 아주 조금 나은 수준이다. 별다른 신차효과도 보지 못한채 판매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처참하다. 로디우스와 별다른 차이점 없는 디자인과 편의장비로 처참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카니발 독주에 줄곧 고객들은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하고 내장 디자인 개선을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이에 생산을 중지하고 2020년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나마 호조인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 상황도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당장 8월말 쉐보레 콜로라도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량 수입되는 차량이지만 쉐보레의 가격정책이 현실적으로 풀린다면 쌍용차가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아울러 현대기아가 픽업트럭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이에 대한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다.
쌍용차를 이끌던 티볼리 상황이 점점 어두워져 간다. 지난 6월 마이너체인지 모델을 발표하면서 1.5L 터보 가솔린 엔진을 달아 부족한 출력을 보강했지만 엄청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일명 기아차 '하이클래스 SUV' 셀토스가 7월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보크가 연상되는 디자인에 빠지지 않는 현대기아차의 편의장비를 고려하면 티볼리는 최대 위기를 만난 셈이다. 뿐만 아니다. 티볼리의 최대 경쟁자였던 현대차의 코나도 연식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조금 크기는 작지만 이번달 현대차 베뉴도 나온다. 소형SUV 인기를 이끌었던 르노의 캡처(국내명 QM3)도 프랑스 현지에서 신모델을 출시했다.
그간 쌍용차는 틈새시장을 노리면서 경쟁자(한국GM, 르노삼성)의 부진에 힘입어 엉겁결에 내수 3위로 자리잡았다. 허나 언제까지 틈새시장 만을 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있는 모델을 출시하는 기본기가 중요하다. 여기에 해외에서 부진한 현대기아차가 알토란 같은 이익을 내는 내수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쌍용차는 최대 25만대 생산 규모라 파워트레인도 변변치 않다. 대부분 제조사가 보유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조차 갖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쌍용이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전기차 시장에도 진출을 해야한다. 이번 쌍용차의 위기가 10년 전과 같이 암흑기로 돌아갈지, 아니면 적극적인 신차 개발로 위기를 벗어나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지 기로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