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동수'에 발목잡힌 선거제도·사법 개혁

여야 정개특위·사개특위 합의해 놓고 여전히 구성 못해
한국 "특위 구성 일괄 타결 안 돼면 명단 제출 못해"
민주 "합의해 놓고 상황 바뀌니 딴소리..적절하지 않아"
군소정당 선거제 개혁 물건너갈라 '전전긍긍'
  • 등록 2018-09-05 오후 5:19:34

    수정 2018-09-05 오후 5:19:34

더불어민주당 소속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의원들이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개특위 구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표창원, 윤일규, 박주민, 백혜련, 송기헌, 금태섭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특위 구성이 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위 위원 일동) “여당이 인원 수 조정을 양보해 주지 않는 한 특위 명단을 제출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여야간 알력다툼으로 선거제도 개편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주요 현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다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견으로 인해 위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야 동수’ 놓고 민주-한국 입장차..정의당은 여당?

민주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들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에 대해 특위 위원을 조속히 추천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당이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특위 구성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정개특위 등 나머지 특위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 다른 정당들은 모두 위원 명단을 제출했지만 한국당만 제출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이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각 당별 위원 수 조정이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여야간 협상을 하면서 특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는데 여당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모든 특위가 동시에 출범해야 하기 때문에 특위 구성이 일괄 타결돼야 명단을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여야 동수’의 의미를 양당이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 이견이 발생했다. 민주당은 ‘여야 동수’를 여당 절반, 나머지 야당 절반이라고 주장하고 한국당은 여당+평화+정의+무소속 절반, 한국+바른미래 절반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당은 정개특위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여당 몫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사개특위는 민주당이 한국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소속 손금주 의원을 여당 몫에서 배려해 ‘8+1’(민주 8, 무소속 1)과 ‘7+2’(한국 7, 바른미래 2)로 구성했다.

이에 대해 서영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4당 교섭단체때) 합의한 것은 여당 절반, 야당 절반이었는데 (3당 교섭단체로) 상황이 바뀌니까 한국당이 다른 요구를 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일괄타결돼야 특위를 출범시킬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전례도 없고 적절하지도 않은 요구”라고 잘라 말했다.

또 정의당 역시 반발하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정의당-정치개혁공동행동 간담회에서 “정의당을 범여권으로 분류하며 야당이 아니라는 망발을 하는 것은 정의당에 대한 모독이고 예의도 도리도 아니다”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지금 특위 가동돼도 4개월..안건 하나 처리하기 빠듯해”

문제는 양 특위가 가동되지 않으면서 시급한 현안인 선거제도 개편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전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바른미래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선거제도 개편이 절실한 군소정당들이다. 특위 활동 시한이 연말까지이기 때문에 지금 특위가 가동돼도 활동시한이 4개월도 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 등 굵직한 일정이 있어 특위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이번 특위는 활동기한이 연말까지로 한정돼 있어 지금 바로 특위가 가동되더라도 4개월 밖에 일할 시간이 없다. 여기에 국정감사나 법안심사, 예산심의 등 빠듯한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안건 하나 처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듯한 시간”이라고 우려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올해 10월에는 선거구획정위가 구성돼야 하고 내년 4월까지 지역구 선거구가 획정돼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가 선거제도 개편의 마지노선”이라며 “이번 주 내로 정개특위 구성이 완료되고 정상 가동돼야 한다. 한국당은 빠르게 위원 명단을 제출하기 바란다”고 했다.

법원 및 법조 개혁, 검찰·경찰의 독립성 및 수사 중립성 강화 등 사법 전반에 걸친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구인 사개특위 역시 시급하긴 마찬가지다. 민주당 사개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으로 몰고 갔던 국정농단 사태에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검찰에 이어 법관사찰,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으로 정의의 최후보루인 사법부마저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사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법관의 불법행위 등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정부패 수사를 위해서라도 공수처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6월 21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사상 최초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검경이 상호 협력과 조화를 통해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며 “전반기 사개특위가 소위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단 한 차례의 소위도 열리지 못한 채 종료된 우를 다시는 범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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