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학교는 올해는 지원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교통안전지도사를 따로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김씨는 “아이를 혼자 학교 가게 내버려두고 직장을 가야 하는 우리 같은 맞벌이 부부들에겐 워킹스쿨버스가 절실하다”며 “좋은 취지로 마련된 제도가 생긴지 10년이 되도록 부모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008년 성동구 이어 2012년 서울시 전면 도입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 학생들의 등하굣길 교통안전을 위해 마련한 워킹스쿨버스 제도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지 10년째다. 그러나 홍보 부족과 일선 초등학교들의 미온적인 대응 탓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제도 도입의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마저 학생 이용률이 2%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당국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일선 학교에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워킹스쿨버스는 교통안전지도사들이 등·하교 방향이 같은 저학년생들을 모아 학교에서 집, 집에서 학교까지 안전히 인도해주는 제도다.
1992년 호주에서 처음 실시한 뒤 영국,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이 앞 다퉈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서울 성동구청이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행정안전부가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와 경찰청 등과 교통안전지킴이 협약을 맺고 본격 출범시켰다. 서울시가 이 제도를 전면 도입한 건 2012년으로 올해로 시행 7년째다.
보통 교통안전지도사 1명이 최대로 인솔할 수 있는 학생들의 수는 8명이다. 이밖에 노선별 이동거리와 시간, 도로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한 학교 당 1~2명 에서 3~4명까지 배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워킹스쿨버스는 학생들의 보행안전을 보장함과 함께 학부모가 자녀 등하교를 위해 차량 이용을 해야 할 경우를 줄여줘 학교 주변의 교통안전도까지 높여줄 뿐 아니라 유괴 등 아동 대상 범죄 예방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홍성민 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은 “워킹스쿨버스 우수 시행 국가인 뉴질랜드는 2016년 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진 14세 이하 어린이가 단 3명에 불과했고, 그 중 초등학교를 다니는 5~14세 아동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지난 2016년 한국에서 보행 중 교통 사고로 숨진 아동이 39명에 달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지도사가 인솔 과정에서 어린이들에게 교통안전 상식을 숙지시켜주고 교통사고는 물론 유괴나 성범죄 노출 위험에서도 보호해주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지난해 12월 워킹스쿨버스 제도를 이용한 학부모 1988명을 대상으로 ‘워킹스쿨버스 실시 만족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5.7%(1902명)가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워킹맘 민모(37)씨는 “교통안전지도사 신청 가정통신문을 보내오는 게 전부”라며 “정작 이 제도가 필요한 맞벌이부부들은 제대로 통신문을 읽지 못하거나 깜박하고 놓치기 쉬운 만큼 공지 문자를 보내는 등 학교가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 이용을 독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부 장모(34)씨는 “자치구, 학교별로 운영의 질이 다르다”며 “어떤 학교는 넉넉히 3~4명의 지도사를 신청해 어린이들을 촘촘히 인솔하고 관리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교통안전지도사 1명이 8명 이상의 아이를 관리해 불안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교통안전지도사를 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을 은평구 A초등학교장은 “매년 학생 수요가 달라지는데 이를 무시하고 교통안전지도사를 고용하기는 어렵다”며 “기본 지원자 수가 5명도 채 되지 않는데 교통안전지도사를 고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어 “매년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워킹스쿨버스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해 건의사항들을 접수하고 있다”며 “일선 학교 및 학부모들의 참여를 끌어올리기 위해 홍보활동 등 제도 알리기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